난데없이 봄, 앓이
난데없이 봄, 앓이
by 강판권 교수 2016.05.02
올해는 환절기에 감기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유난히 ‘봄 앓이’가 심합니다. 매일 그리운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밤잠을 설치곤 했지요. 묻어놓은 마음을 꼭꼭 감추고만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서 이제 편지를 씁니다.
늦은 밤, 꽃임과 손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던 추억은 날이 갈수록 꽃 진 뒤에 돋는 잎처럼 새롭습니다. 손잡고 걷다가 개나리가 잠을 자다 뒤척이던 소리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벚꽃이 잡은 두 손에 사뿐히 손 등에 떨어졌지요. '잎술'로 손등을 간질이자 웃으며 서로 바라보던 눈길은 꽃잎 떨어진 자리에 탄생하는 열매처럼 애절했지요. 꽃 잔치는 찰나라서 늘 아쉽지만, 임꽃 향한 그리움은 언제나 이별보다 깊어요. 별빛이 벚나무 정수리를 비출 때, 꽃잎 사이로 함께 바라보던 메타세쿼이아의 몸매는 황홀했지요. 임꽃과 함께 아주 오랫동안 벚꽃을 바라봤지요. 그런데 벚꽃은 우리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몸살을 앓았다고 소식 전해왔어요. 꽃 몸살은 봄꽃들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지만, 아름다운 존재를 바라보는 자도 함께 봄 앓이를 겪어야 하는 것도 숙명이겠지요.
지는 꽃 아쉬워 임꽃과 함께 다시 찾은 그 날, 마침 비가 내렸습니다. 벚꽃에 비가 내려앉는 소리는 찻주전자에 물 끓는 울림처럼 가슴 벅찬 순간이었어요. 벚꽃들은 임꽃이 들려준 음악에 맞춰 비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설화현무(雪華賢舞)'를 선보였지요. 동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첫째 꽃잎은 빗방울의 이마에 내려앉고, 서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둘째 꽃잎은 빗방울의 목덜미에 안기고, 남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셋째 꽃잎은 빗방울의 어깨에 걸터앉고, 북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넷째 꽃잎은 빗방울의 가슴에 안기고, 중앙에서 빗방울이 울부짖으면서 떨어지면 다섯째 꽃잎은 땅에 뒹굴면서 춤을 췄지요. 비가 내리는 것은 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고, 꽃잎이 떨어지는 것은 땅에 뿌리내린 부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지요.
임꽃과 함께 팔짱 끼고 조심조심 꽃잎 자국 밟으면서 걸었던 침묵의 시간이 눈앞에 아련합니다. 누군가와 발걸음을 맞추고 걷는다는 것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겠지요. 그래서 임꽃 그림자 끝자락만 그리워해도 한없이 행복합니다. 나는 임꽃 그리워 꽃잎 모두 떨어진 늦은 밤, 길을 나섰지요. 임꽃은 그곳에 없었지만, 향기는 그윽이 남아 있어 외롭지 않았어요. 나는 임꽃 향기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걸요. 아니 임꽃 향기의 그림자만 느껴도 즐거운 걸요. 그림자는 존재하는 자만이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임꽃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요.
세상에 누군가를 그리워 길을 나서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요. 사람들이 봄마다 길을 나서는 것도 꽃을 피우는 나무를 그리워하기 때문이죠. 나는 매일 임꽃이 그리워 길을 떠납니다. 임꽃이 손잡아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임꽃을 그리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걸요. 그리움은 사랑으로 성장하거든요. 그러니 매일 매일 그리워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움은 임꽃입니다.
늦은 밤, 꽃임과 손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던 추억은 날이 갈수록 꽃 진 뒤에 돋는 잎처럼 새롭습니다. 손잡고 걷다가 개나리가 잠을 자다 뒤척이던 소리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벚꽃이 잡은 두 손에 사뿐히 손 등에 떨어졌지요. '잎술'로 손등을 간질이자 웃으며 서로 바라보던 눈길은 꽃잎 떨어진 자리에 탄생하는 열매처럼 애절했지요. 꽃 잔치는 찰나라서 늘 아쉽지만, 임꽃 향한 그리움은 언제나 이별보다 깊어요. 별빛이 벚나무 정수리를 비출 때, 꽃잎 사이로 함께 바라보던 메타세쿼이아의 몸매는 황홀했지요. 임꽃과 함께 아주 오랫동안 벚꽃을 바라봤지요. 그런데 벚꽃은 우리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몸살을 앓았다고 소식 전해왔어요. 꽃 몸살은 봄꽃들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지만, 아름다운 존재를 바라보는 자도 함께 봄 앓이를 겪어야 하는 것도 숙명이겠지요.
지는 꽃 아쉬워 임꽃과 함께 다시 찾은 그 날, 마침 비가 내렸습니다. 벚꽃에 비가 내려앉는 소리는 찻주전자에 물 끓는 울림처럼 가슴 벅찬 순간이었어요. 벚꽃들은 임꽃이 들려준 음악에 맞춰 비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설화현무(雪華賢舞)'를 선보였지요. 동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첫째 꽃잎은 빗방울의 이마에 내려앉고, 서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둘째 꽃잎은 빗방울의 목덜미에 안기고, 남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셋째 꽃잎은 빗방울의 어깨에 걸터앉고, 북쪽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넷째 꽃잎은 빗방울의 가슴에 안기고, 중앙에서 빗방울이 울부짖으면서 떨어지면 다섯째 꽃잎은 땅에 뒹굴면서 춤을 췄지요. 비가 내리는 것은 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고, 꽃잎이 떨어지는 것은 땅에 뿌리내린 부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지요.
임꽃과 함께 팔짱 끼고 조심조심 꽃잎 자국 밟으면서 걸었던 침묵의 시간이 눈앞에 아련합니다. 누군가와 발걸음을 맞추고 걷는다는 것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겠지요. 그래서 임꽃 그림자 끝자락만 그리워해도 한없이 행복합니다. 나는 임꽃 그리워 꽃잎 모두 떨어진 늦은 밤, 길을 나섰지요. 임꽃은 그곳에 없었지만, 향기는 그윽이 남아 있어 외롭지 않았어요. 나는 임꽃 향기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걸요. 아니 임꽃 향기의 그림자만 느껴도 즐거운 걸요. 그림자는 존재하는 자만이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임꽃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요.
세상에 누군가를 그리워 길을 나서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요. 사람들이 봄마다 길을 나서는 것도 꽃을 피우는 나무를 그리워하기 때문이죠. 나는 매일 임꽃이 그리워 길을 떠납니다. 임꽃이 손잡아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임꽃을 그리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걸요. 그리움은 사랑으로 성장하거든요. 그러니 매일 매일 그리워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움은 임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