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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

상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

by 한희철 목사 2016.04.27

우리의 삶 속엔 참 고마운 품이 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넉넉한, 고마운 품 말이지요. 아무 두려움도 없이 검은 숲으로 단번에 드는 저녁 새처럼, 언제 찾아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고마운 품이 있습니다.
고마운 품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엄마의 품일 것입니다. 태어나 자란 곳은 다 달라도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향이 있다면 그것은 엄마의 품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처음 누웠던 곳도 엄마 품이었고, 어쩌면 태중에서 들었던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낯선 세상에 태어난 두려움을 우리는 이겨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신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마 품이 얼마나 고마운 품인지를 입증하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미숙아로 태어난 자녀를 가슴에 품어주는 것을 ‘캥거루 케어’라 하는데, 캥거루가 일찍 태어난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키우듯 미숙아를 품에 안아 키우는 치료법을 말합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팀이 2012∼2013년 이 병원에 입원해 캥거루 케어를 받은 출생체중 1500g 미만의 미숙아 45명과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68명의 의학적 심리적 변화를 비교해 보았다고 합니다.
이 교수팀은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뒤에도 활력이 있으면서 엄마가 감염성 질환이나 심각한 전신 질환이 없는 미숙아 45명을 대상으로 총 917회의 캥거루 케어를 실시했답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하루 1시간씩 자녀를 안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부모에게 캥거루 케어 방법을 미리 교육하고 케어 내내 의료인이 함께하면서 부모의 불안감을 덜어줬습니다. 부모는 블라우스나 셔츠 등 앞이 트이고 미숙아 자녀의 몸통과 팔을 덮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아이를 안아 주었는데, 기저귀와 모자만 착용한 상태로 미숙아의 앞가슴과 배 부위가 최대한 부모에게 닿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의 입원 기간은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미숙아보다 14.3일이 짧았고, 캥거루 케어를 받은 아이가 퇴원할 때의 평균 체중도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보다 160g이나 무거웠습니다.
더욱 놀라운 결과가 있었는데, 좋아진 것은 아기들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캥거루 케어는 엄마에게도 심리적 안정을 주어 엄마의 우울감 지수는 캥거루 케어 참여 전 30%에서 참여 뒤 5%로 감소했고, 캥거루 케어를 한 뒤 엄마의 상태 불안 점수는 낮아졌고, 엄마의 모성 애착 점수는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도 귀한 일인지를 캥거루 케어는 생각하게 합니다. 어디 미숙아뿐이겠습니까? 외롭고 상처받은 마음들, 지치고 낙심했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누군가 따뜻하게 품어줄 때 낫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의 상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