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행복센터’로 바꾼다고 행복해지나

‘행복센터’로 바꾼다고 행복해지나

by 이규섭 시인 2016.04.01

옛 대부면사무소는 지은 지 100년 넘는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대로 대부동주민센터 옆에 가부좌를 하고 있다. 1913년 민간의 기부를 받아 사용하다가 1933년 전통 한옥 기와 양식으로 지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건물 중앙에 돌출한 1칸 크기의 현관은 한옥에 일본식 건축 양식을 융합한 것으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처음에는 행정구역상 부천군 대부면사무소였으나 옹진군 대부면사무소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1982년 신청사가 마련된 뒤 ‘대부애향관’으로 활용했다. 경기도 문화재자료(제127호)로 지정하여 보호할 만큼 주민들은 옛 대부면사무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옛 대부면사무소 주변에 ‘송덕비’가 즐비한 것만 봐도 예전부터 흥청거리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송덕비 가운데는 목장 감독관의 이름도 보인다. 조선 시대 나라에서 운영하던 목장이 이곳에 있었다. 대부도는 시화방조제 연결로 육지가 됐지만 섬이 지닌 풍광이 여전하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수도권 명소다. 면사무소는 행정기관의 문턱이 높은 시절에도 주민들과 친숙한 편이다. 출생신고를 하거나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서류를 떼고 민원을 처리하러 누구나 들린다.
읍·면·동사무소는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최 일선 공공기관이다. 큰 불편 없이 60여 년 이용해 왔으나 2007년 ‘주민센터’로 명칭이 바뀌었다. 주민 맞춤형 통합서비스기관으로 전환한다는 게 이유다. 정부기관 명칭에 ‘센터(Center)’라는 외래어를 쓰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치킨 센터나 회 센터도 아니고 행정기관이 웬 센터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나이 든 분들은 여전히 “동사무소에 다녀온다”고 할 정도로 생활에 익숙한 명칭이다. 외래어 합성어로 바꾼 것도 모자라 10년이 채 안 돼 ‘주민센터’를 ‘행정복지센터(약칭 행복센터)’로 바꾼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중 33개 선도 읍·면·동을 선정해 간판을 바꿔 달고 20○○○까지는 전국 3,500개 모든 읍·면·동 주민센터의 간판을 교체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민센터는 찾아오는 민원인의 복지 신청을 받아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복지팀이 주민에게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이다.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복지 담당자가 4명 정도 상주하여 복지업무를 맡고 있다. 복지담당자를 3∼4명 더 늘려 복지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명칭까지 바꾸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혈세 낭비다.
현판 교체에만 주민센터 1곳당 평균 300만 원이 든다니 전국적으로는 약 105억 원의 혈세가 든다. 현판을 바꾸면 도로표지판, 게시판 등 각종 시설물도 바꿔야 하기에 추가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자체별로 수백 개에 이르는 조례를 손봐야 하고 각종 서식도 바꿔야 한다. 일선 행정기관을 ‘행복복지센터’로 바꾼다고 주민들이 행복해지는 것도 복지 혜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위한 명칭 변경인지 되묻고 싶다. 차라리 바꾸려면 우리 귀에 익숙하고 이용하기 편한 동사무소로 환원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