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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도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바퀴벌레도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by 정운 스님 2016.03.08

언제부터인가 집안 구석에서 바퀴벌레가 간혹 보이기 시작했다. 두어 달 후, 점점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 실감 날 정도로 눈에 자주 띄었다. 신도님들이 바퀴벌레 퇴치하는 약을 사오겠다고 해서 ‘혹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죽이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냥 퇴치만 한다고 하였다. 이후 약을 이곳저곳 놓았더니, 여기저기서 죽은 바퀴벌레가 눈에 띄었다. 퇴치가 아니라 죽이는 약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아무리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죽이는 것 자체가 내 자신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승려들의 계율에는 살아있는 나뭇가지도 꺾지 말라고 한다. 아마도 승려인 나로서는 이런 습관에 익숙해 있어 함부로 죽이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런 필자의 사고여서 그런지 가끔 TV 방송 음식 프로그램에서 살아 있는 해산물을 함부로 죽이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 음식 먹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펄펄 끓는 탕에 살아있는 문어를 가위로 잘라 넣거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잘게 잘라 입에 넣고 ○○○는 장면이 방영된다. 이런 것은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어류나 동물을 먹지만, 그 생명체를 존중해주는 면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즈음, 티벳 승려 팔덴 갸초의 자서전을 읽었다. 자서전에 이런 내용이 전한다.
스님이 어릴 적, 아직 출가하지 않은 9살 때 할머니를 따라 사찰에 참배하러 갔다. 할머니와 어린 꼬마는 대법당에 들어가서 부처님 쪽을 향해 기도문을 외웠다. 참배를 마치고, 나와서 어린 꼬마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무슨 기도문을 외우셨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마음이 있는 존재들이 모두 평안하고, 그리고 세상에 아픈 사람이 모두 없기를 기도했단다.”
자연계는 약육강식의 생태계이지만, 나보다 하열한 생명체에 대한 행복을 위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머리카락이나 몸에 이가 없지만 옛날에는 옷이나 머리에 이가 많았다. 옛날에 스님들은 옷을 갈아입을 때 옷을 바로 빨지 않고 나무 위에 잠시 걸어 두었다. 옷을 걸어둔 사이에 이가 빠져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빨래를 빨았던 것이다. 또 스님들은 하수구에 뜨거운 물도 그냥 버리지 않고 잠시 식혔다가 버리거나 찬물과 섞어서 버린다. 뜨거운 물을 바로 버림으로써 하수구에 기생하고 있는 무수한 벌레들을 살생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처음 출가해 이 점을 잘 지키지 않아 어른들에게 걱정을 많이 들었다.
필자가 이 글을 쓴 것은 불교 계율을 언급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동물이나 해산물을 음식으로 먹지만 적어도 생명에 대한 존중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또 가끔 고양이나 개를 함부로 죽이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들도 인간과 똑같이 아파한다는 것 염두에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