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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일자리 경쟁 아이러니

로봇과 일자리 경쟁 아이러니

by 이규섭 시인 2016.03.04

직업의 변천은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는 거울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는 물장수와 넝마주이가 버젓한 직업이었다. 산업화시대로 접어든 60년대는 만원버스에 매달려 “오라이∼”를 외치던 버스안내원과 유선전화 연결 도우미 전화교환원이 여성 일자리의 큰 몫을 차지했다. 정보기술(IT)이 뜨면서 이름마저 생소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빅데이터 분석가가 등이 등장했다. 전문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의사, 공무원, 교사는 여전히 취준생들의 로망이다.
NIE(신문활용교육)와 자유학기 강사로 출강하여 중학생들의 선호 직업을 파악해보면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리에 방송될 무렵에는 제빵사 선호도가 높았다. 요즘은 ‘먹방’ 방송 영향 탓에 셰프가 대세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지원도 요리, 메이크업, 우쿨렐레, 도자기 만들기 등 대중적 인기 분야에 쏠린다. 미디어도 활자신문 보다 앱이나 폰을 활용한 영상과 카드뉴스를 즐겨 찾는다.
사회가 다양화 전문화되면서 직업의 종류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직업 종류는 1만1440개(2014년 말 기준)지만 미국 3만654개, 일본 2만5000개에는 미치지 못한다. 직업의 부침이 심하여 학교 현장에서 진로교육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게 상담교사의 고충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라니 미래 직업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5년 뒤 일자리 510만 개가 없어지고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의 직업 기준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일임을 짐작게 한다.
머지않아 무인 자동차는 사람보다 뛰어난 운전 솜씨를 선보이고, 의학 로봇은 의사보다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할 것이며,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수많은 회계사와 세무사를 실직자로 내몰 것이라는 진단도 충격적이다. 상대적으로 단순 노동에 가까운 정원사, 가정부, 배관공은 꽤 오래 남을 직업이라는 분석이다.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는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은 수많은 전문가를 실직자로 내몰아 노동시장과 중산층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과 첨단기술로 인간과 로봇이 일자리를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니 아이러니하다.
미래학자들은 10년이 지나면 사람의 손목에 칩(chip)을 넣는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게 되면 지식과 정보를 외울 필요가 없고 암기한 지식을 확인하는 시험도 사라지게 된다. 시험 없는 시대가 오면 직업 선택과 취업평가는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하다. 입시와 암기 위주의 학교 교육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노래방 등장 이후 노랫말을 외우지 못하고 스마트 폰에 의존하느라 집 전화번호도 깜빡거리는데 뇌 활성화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죽은 교육이나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하지 않으면 살아나기 어려운 변화의 중심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