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의 낙법
꽃잎의 낙법
by 김민정 박사 2020.06.08
이윽고 바람 불고 꽃잎들이 져내린다
세상에 고요하게 떨어지는 법 아는 듯
아뿔사
우주율이었다
무게를 달 수 없는
목숨줄 놓아버린데 몇 찰나나 걸렸을까
거기엔 필생 동안 오랜 연습 있었을 터
뒤늦게 배달 된 봄이 근심을 툭 치고 간다
여태껏 헛것들만 움켜쥐고 있었던가
안전한 착지점을 찾지 못해 쪽잠 든다
치워라
꽃멀미였다
허리 굽혀 경배하는
- 오종문 「꽃잎의 낙법」 전문
꽃잎도 낙법을 알아 착지하는 것일까. 소리 없이 져내리는 꽃잎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고요한 모습이 아름답다. 이형기의 낙화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란 표현을 읽으며 꽃잎이 내리는 것을 조용히 상상하든가, 아니면 벚꽃이 휘날리며 져내리는 벚꽃나무 아래 가만히 서서 손바닥 안에 꽃잎을 가득 받아본 적도 있었다. 그 순간은 마치 하나의 우주가 오롯이 내 손안에 잠긴 느낌도 들었었다.
어느 순간에 꽃은 피어나듯이, 꽃이 지는 것은 찰나이고 순간이다. ‘세상에 고요하게 떨어지는 법 아는 듯’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화자에게 공감을 보낸다. 얼마나 가벼운 몸짓인가. 아무도 모르게 살짝 내리고 있는 그 모습은 삶을 달관한 경지, 아니면 겸손함의 극치로 보인다. ‘그래, 갈 때는 저렇게 소리 없이 미련 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가야 하는 거야.’라고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세상은 봄 같지 않은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얼굴도 못 보다가, 교실에 들어가 마스크 쓴 얼굴일망정 눈길을 마주치니 반갑다. 학생들이 가능하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한 학년만 등교하다 보니 3주 만에 한 번씩 오게 되어 있다. 지난주는 3학년, 지금은 2학년, 다음 주는 1학년이 학교에 나온다. 다른 학년은 온라인 수업이다. 나의 경우 겨우 6시간 공부하는 그 사이에 수행평가도 해야 하고, 그 후엔 시험도 봐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 할 말은 많은데 할 시간이 없다. 수업도 5분씩 단축해서 일사천리로 진도 나가고 그다음에 수행평가하고, 또 시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잡담 시간이나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쉬는 시간은 5분이고, 점심시간은 30분밖에 안 된다. 급하게 양치하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자칫했으면 한 학기 동안 얼굴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바이러스 백신이 빨리 개발되어 지금의 상태를 종식시키면 좋겠다. 국내에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해서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가 무척 발전된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인식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세계를 많이 둘러보고 여행을 많이 하신 분들이 한국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던가. 서울에 살면서도 눈을 들면 언제나 볼 수 있는 푸른 산과 푸른 하늘,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세상에 고요하게 떨어지는 법 아는 듯
아뿔사
우주율이었다
무게를 달 수 없는
목숨줄 놓아버린데 몇 찰나나 걸렸을까
거기엔 필생 동안 오랜 연습 있었을 터
뒤늦게 배달 된 봄이 근심을 툭 치고 간다
여태껏 헛것들만 움켜쥐고 있었던가
안전한 착지점을 찾지 못해 쪽잠 든다
치워라
꽃멀미였다
허리 굽혀 경배하는
- 오종문 「꽃잎의 낙법」 전문
꽃잎도 낙법을 알아 착지하는 것일까. 소리 없이 져내리는 꽃잎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고요한 모습이 아름답다. 이형기의 낙화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란 표현을 읽으며 꽃잎이 내리는 것을 조용히 상상하든가, 아니면 벚꽃이 휘날리며 져내리는 벚꽃나무 아래 가만히 서서 손바닥 안에 꽃잎을 가득 받아본 적도 있었다. 그 순간은 마치 하나의 우주가 오롯이 내 손안에 잠긴 느낌도 들었었다.
어느 순간에 꽃은 피어나듯이, 꽃이 지는 것은 찰나이고 순간이다. ‘세상에 고요하게 떨어지는 법 아는 듯’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화자에게 공감을 보낸다. 얼마나 가벼운 몸짓인가. 아무도 모르게 살짝 내리고 있는 그 모습은 삶을 달관한 경지, 아니면 겸손함의 극치로 보인다. ‘그래, 갈 때는 저렇게 소리 없이 미련 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가야 하는 거야.’라고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세상은 봄 같지 않은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얼굴도 못 보다가, 교실에 들어가 마스크 쓴 얼굴일망정 눈길을 마주치니 반갑다. 학생들이 가능하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한 학년만 등교하다 보니 3주 만에 한 번씩 오게 되어 있다. 지난주는 3학년, 지금은 2학년, 다음 주는 1학년이 학교에 나온다. 다른 학년은 온라인 수업이다. 나의 경우 겨우 6시간 공부하는 그 사이에 수행평가도 해야 하고, 그 후엔 시험도 봐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 할 말은 많은데 할 시간이 없다. 수업도 5분씩 단축해서 일사천리로 진도 나가고 그다음에 수행평가하고, 또 시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잡담 시간이나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쉬는 시간은 5분이고, 점심시간은 30분밖에 안 된다. 급하게 양치하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자칫했으면 한 학기 동안 얼굴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바이러스 백신이 빨리 개발되어 지금의 상태를 종식시키면 좋겠다. 국내에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해서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가 무척 발전된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인식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세계를 많이 둘러보고 여행을 많이 하신 분들이 한국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던가. 서울에 살면서도 눈을 들면 언제나 볼 수 있는 푸른 산과 푸른 하늘,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