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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방역

마음의 방역

by 이규섭 시인 2020.03.13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두바이를 경유한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와 여독을 풀고 있을 시간이다. 울림의 파장과 설렘의 진폭이 큰 여행의 감흥을 풀어내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추진한 여행 일정이 유령 같은 바이러스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여행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공멸의 위기에 빠졌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하는 나라가 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말라버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드물다. 지자체의 봄꽃 잔치가 모두 취소됐고, 국내여행 발길마저 끊겼다. 지난달 제주여행 취소는 98%나 된다. 제주 여행사 230곳이 171억 원 규모의 ‘제주관광진흥기금 특별융자 및 상환유예’ 신청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지난 1월 20일 이후 2월 5일까지 불과 보름 만에 여행사 93곳이 폐업했다니 공황상태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여행 업계의 1,2위 업체도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낼 정도로 심각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으로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업을 하면, 정부가 직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1256곳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297개 여행사가 신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4.2배 많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화로 최선의 방역은 ‘방콕’이 됐다. 강제 격리가 아닌 자가 격리한 사람들이 무척 많다. 가까운 지인은 일과처럼 나가던 모임 장소가 폐쇄되고 아내의 성화에 집안에 있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해진다고 호소한다. 또 다른 지인도 노모의 건강을 챙기며 집안에 붙박이가 됐다. 바깥나들이가 그립다고 한다.
기약 없는 바이러스의 진정을 기다리며 장기간 집안에 갇혀 지내다 보니 우울증이 생기면서 마음까지 병들 지경이라고 한다. 마스크 공급조차 제대로 안 되면서 불안심리가 공분으로 변한다. 이런 때일수록 심리 방역(마음 방역)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심리 방역이란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 생긴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대한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 건강 지침’을 공유한다. △불안은 정상적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 얻기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음으로 피하기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 살피기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가족, 친구, 동료와 소통 지속하기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 유지하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아프고 취약한 사람에게 관심 갖기 △서로를 응원하기 등이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지나치면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 면역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좋지만 지나친 불안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몸과 마음은 상호 작용한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함께 사회와의 거리두기로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한 기분을 지인들과의 온라인이나 전화로 소통하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내 안의 불안 심리를 잘 다스려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외풍을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