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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인생에서 무엇이 즐거운 일인가?!

그대 인생에서 무엇이 즐거운 일인가?!

by 정운 스님 2020.02.11

송나라 시대, 구양수(歐陽修, 1007~1072)는 당송 8대 문장가 중 한 사람으로 유학자이자 정치가이다. 그는 어려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4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붓과 종이를 살 돈이 없어 어머니가 모래 위에 갈대로 글씨를 써서 가르쳤다고 한다. 10세 때 당나라 한유(韓愈, 768~824)의 글을 읽고 감명받아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진사를 시작으로 관료파의 중심인물이 될 만큼 높은 관직에 올랐던 인물이다. 구양수는 많은 시와 저서를 남김으로써 후대 사람들과 문학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유교만이 참된 국가 이념이라고 주장하면서 불교를 철저히 부정했다. 그러다 불일 설숭(1007~1074)의 ‘유교의 5상[仁ㆍ義ㆍ禮ㆍ智ㆍ信]은 불교의 5계[不殺生ㆍ不偸盜ㆍ不邪淫ㆍ不妄語ㆍ不飮酒]ㆍ10선善과 유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교편輔敎篇』을 읽고, 스님에게 감화를 받아 불교에 귀의했다. 구양수는 스스로를 ‘육일거사六一居士’라 자청한 불자이다. 그가 저술한 <육일거사전六一居士傳>에 이런 내용이 전한다. 구양수 집에 어떤 손님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객이 물었다.
“육일은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우리 집에는 장서藏書가 1만 권이 있고, 집록集錄으로 3대 이래 금석유문金石遺文이 1천 권이며, 거문고가 하나 있고, 바둑판이 하나 있으며, 술 한 병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해서 다섯 가지입니다. 하나가 부족합니다.”
“나[구양수] 늙은이가 이 다섯 가지 물건 사이에 있으니, 바로 육일六一이 되지 않겠습니까?”
천하의 문인다운 발상이다. 그가 만년에 인생의 즐거움을 독서ㆍ거문ㆍ바둑판ㆍ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양수와 유사한 사람이 있다. 원나라 징기스칸의 책사였던 야율초재(耶律楚材, 1190~1244)도 죽고 나서 그의 재산을 보니, 거문고와 악기 10여 개, 그림 몇 점과 수천 권의 책뿐이었다.
구양수가 만년에 즐긴 독서...!! 공자는 인간삼락人間三樂[인간에게 즐거운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로 ‘배움’을 말하였고, 추사秋史 김정희는 ‘독서하며 배우는 선비정신’을 언급했으며,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도 ‘문 걸어 잠그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구양수가 언급한 거문고나 술, 바둑판은 벗과 함께 즐기는 것들이다. 인간의 삼락 가운데 하나로 김정희는 ‘벗과 함께 어울리는 풍류’를 꼽았고, 공자도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다’고 했으며, 신흠은 ‘마음 맞는 손님을 맞이해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라고 하였다.
구양수를 비롯해 위대한 선지식들의 즐거움은 명리名利가 아니다. 곱게 인생을 늙어가며 숙성시키는 것들을 인생의 낙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꼭 늙어서 즐거움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불안과 바쁨ㆍ쉬지 못하는 헐떡이는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즐거움은 세 가지만이 아니라 주변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독자님, 누군가가 제시한 것이 아닌 그대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