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들으면 들은 대로, 보면 본대로 흘려보내라

들으면 들은 대로, 보면 본대로 흘려보내라

by 정운 스님 2020.01.14

한 해가 시작되면서 단체나 모임으로 인해 여러 사람을 만난다. 필자도 근자 들어 (종단의)일을 하다 보니, 행사나 모임이 더러 있다. 어제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이 있었다. 모여 있는 멤버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친분은 없지만 종종 보는 A라는 사람이 있다.
A와는 몇 년 전부터 모이면 인사하는 정도이다. A와 처음 대화를 하게 된 것은 필자의 원고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표하며 칭찬을 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전화번호조차 모를 정도로 서로 인연이 될 일이 없었다. 그런데 A씨가 필자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부당한 일을 당했었는지 불편한 모습으로 대했다. 가벼운 인사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도 이와 유사한 일을 많이 겪을 것이다.
솔직히 그분이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른다. 문제는 내 쪽이다. 굳이 A씨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예의에 벗어날 만큼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상대방의 감정까지 내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한 번쯤 새길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스님의 글이다.
“진지하게 삶을 바라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매일 매일이 새로운 날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그는 결코 시간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대는 살면서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든 영광스런 일이 생기든, 칭찬을 받든 비난을 받든 어떤 것에도 동요 받지 말라. 시간이 흐르면 영광과 수치, 고통과 즐거움도 세월이라는 강물에 흘러가게 되어 있다.”
당나라 말기 오대 때의 선사, 선월 관휴(禪月貫休, 832~912)가 제자들과 신도들에게 남긴 12가지 지침 가운데 하나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심 세태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세상사가 그러하다. 기업체든 사람들이든 “그대가 없으면 이 일이 해결되지 못합니다. 그대는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라고 하며 극도의 칭찬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움을 청하던 당사자나 기업체에서 반대의 상황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당신, 필요 없으니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필자는 승려이지만, 대학 강사 생활을 20년 가까이하다 보니, 이런 세태를 실감한다. 이렇게 세상사는 인심의 냉열冷熱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삶의 현실이 그러니, 어찌할 것인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마 어쩌면, 필자도 어느 상황에서 ‘갑’ 입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군가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그 인심 세태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그 어떤 것이 오든 고개만 끄덕일 뿐 동요하지 말라. 귀로 들으면 들은 대로 흘려보내고, 눈으로 보면 본대로 흘려보내라. 거기에 머물러서[住] 시비선악是非善惡을 일삼으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명하게 살자. 그대가 남의 감정에 휘말려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