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을 닦으며
마음의 창을 닦으며
by 이규섭 시인 2020.01.02
‘DUST KID’.
사각형의 붉은색 두터운 표지가 강렬하다. 책장을 넘기면 연필로 그린 흑백 세밀화가 펼쳐진다. 화려한 색깔의 그림책이 아니다. 붉은 빛깔 포인세티아가 놓인 창밖으로 하얀 눈이 내린 겨울풍경 같다. 2015년에 출간된 ‘먼지아이(DUST KID)’(정유미 글·그림/컬쳐플래폼)가 한 달 전 신문에 소개됐다. ‘닦아도 다시 뽀얀 먼지 앉는 방처럼 마음도 종종 닦고 툭툭 털어줘야 해요’ 표제에 끌려 동네 도서관에서 찾아봤다. 책값은 2만 9000원으로 만만찮다.
잠들지 못하는 어느 늦은 겨울밤, 주인공 유진이가 방 청소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침대 위에서 조그만 먼지를 발견한다. 사람 아이처럼 생긴 ‘먼지아이’다. 방안 곳곳을 치우면서 화장대, 옷장, 성냥갑 위에 있는 먼지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먼지아이를 치우지만 먼지아이는 다시 이곳저곳으로 내려온다.
뒷부분 작가노트를 살펴보니 먼지아이는 주인공 유진이의 마음이다. 자신도 모르게 가끔씩 빠져드는 근심과 걱정이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먼지처럼 무의식중에 다가온다. 먼지를 털어내듯 걱정들을 털어내고 다시 힘을 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림책 ‘먼지아이’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정유미 작가가 5000장이 넘는 그림을 그려 만든 10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애니메이션에 쓰였던 그림을 추려 책으로 펴냈다. ‘먼지아이(DUST KID)’는 2009년 깐느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상영된 후 전 세계 70여 개 이상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드바이저로 있는 뉴욕 햄트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타보 국제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와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국내외서 10여 개의 중요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 중에 ‘먼지아이’를 발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소개했다. 그 뒤 자신의 영화 ‘박쥐’ DVD 특별 부록에 수록하며 애착을 드러냈다.
사노라면 삶의 먼지도 마음 곳곳에 내려 쌓인다. 훔치고 닦아도 돌아서면 뽀얗게 쌓이는 먼지처럼 마음의 먼지도 완전히 털어낼 수 없다. 거실과 주방, 식탁의 먼지는 틈나는 대로 닦아도 가구 뒤쪽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사를 하거나 도배장판을 할 때나 엉킨 먼지를 털어내게 된다.
마음에 낀 때도 마찬가지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원용하면 태어날 때의 심성은 밤새 뜨락에 내린 백설처럼 순수하다. 시간이 흐르면 흰 눈이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며 먼지가 쌓이듯, 마음도 세파에 닳고 휘둘리며 오염된다. 위선과 독선, 탐욕과 아집은 찌든 때가 되어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새해다.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내면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상큼한 공기가 달달한 희망이 되어 폐부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마음의 거울에 낀 얼룩을 닦아내면 세상은 한결 밝고 투명하게 보인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순수의 본성(本性)과 마주칠 수도 있다.
사각형의 붉은색 두터운 표지가 강렬하다. 책장을 넘기면 연필로 그린 흑백 세밀화가 펼쳐진다. 화려한 색깔의 그림책이 아니다. 붉은 빛깔 포인세티아가 놓인 창밖으로 하얀 눈이 내린 겨울풍경 같다. 2015년에 출간된 ‘먼지아이(DUST KID)’(정유미 글·그림/컬쳐플래폼)가 한 달 전 신문에 소개됐다. ‘닦아도 다시 뽀얀 먼지 앉는 방처럼 마음도 종종 닦고 툭툭 털어줘야 해요’ 표제에 끌려 동네 도서관에서 찾아봤다. 책값은 2만 9000원으로 만만찮다.
잠들지 못하는 어느 늦은 겨울밤, 주인공 유진이가 방 청소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침대 위에서 조그만 먼지를 발견한다. 사람 아이처럼 생긴 ‘먼지아이’다. 방안 곳곳을 치우면서 화장대, 옷장, 성냥갑 위에 있는 먼지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먼지아이를 치우지만 먼지아이는 다시 이곳저곳으로 내려온다.
뒷부분 작가노트를 살펴보니 먼지아이는 주인공 유진이의 마음이다. 자신도 모르게 가끔씩 빠져드는 근심과 걱정이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먼지처럼 무의식중에 다가온다. 먼지를 털어내듯 걱정들을 털어내고 다시 힘을 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림책 ‘먼지아이’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정유미 작가가 5000장이 넘는 그림을 그려 만든 10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애니메이션에 쓰였던 그림을 추려 책으로 펴냈다. ‘먼지아이(DUST KID)’는 2009년 깐느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상영된 후 전 세계 70여 개 이상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드바이저로 있는 뉴욕 햄트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타보 국제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와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국내외서 10여 개의 중요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 중에 ‘먼지아이’를 발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소개했다. 그 뒤 자신의 영화 ‘박쥐’ DVD 특별 부록에 수록하며 애착을 드러냈다.
사노라면 삶의 먼지도 마음 곳곳에 내려 쌓인다. 훔치고 닦아도 돌아서면 뽀얗게 쌓이는 먼지처럼 마음의 먼지도 완전히 털어낼 수 없다. 거실과 주방, 식탁의 먼지는 틈나는 대로 닦아도 가구 뒤쪽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사를 하거나 도배장판을 할 때나 엉킨 먼지를 털어내게 된다.
마음에 낀 때도 마찬가지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원용하면 태어날 때의 심성은 밤새 뜨락에 내린 백설처럼 순수하다. 시간이 흐르면 흰 눈이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며 먼지가 쌓이듯, 마음도 세파에 닳고 휘둘리며 오염된다. 위선과 독선, 탐욕과 아집은 찌든 때가 되어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새해다.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내면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상큼한 공기가 달달한 희망이 되어 폐부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마음의 거울에 낀 얼룩을 닦아내면 세상은 한결 밝고 투명하게 보인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순수의 본성(本性)과 마주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