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by 한희철 목사 2020.01.02
벌써 여러 해 이어지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한해가 기울어갈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 있지요. 선생님 한 분이 카드를 보내주십니다. 이제는 그 일이 조금은 익숙해져서 올해도 보내주실까 살짝 기대를 갖게 합니다.
선생님은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이라는 말 앞에 ‘선생님다운’이라 쓰려다가 그만둡니다. 선생님과 선생님들을 함부로 내가 판단하는 것 같은 민망함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말이 오히려 선생님을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싶기 때문입니다. 늘 자연스럽고 소탈하신 선생님은 필시 그런 수식어를 번거롭게 여기실 것입니다.
선생님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공부하실 때 외에는 강원도를 떠나지 않고 강원도의 아이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강원도를 사랑하는 분입니다. 게다가 국어선생님, 선생님은 우리말과 우리의 얼,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는 것을 평생 가르치셨고, 몸소 지키셨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을 지키며 사십니다. ‘지키신다’ 하면 역시 손사래를 치실 것 같습니다. 그냥 살고 있다고 애써 그 말을 바꾸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선생님은 당신이 찍은 사진으로 카드를 만드셨습니다. 저 아래로 강이 흐르고, 강 언덕에는 몇 그루의 느티나무가 어울려 서 있고, 그 앞으로는 하얗게 억새가 피어난 사진입니다. 사람 눈에 가장 가깝다며 굳이 50밀리미터 렌즈를 고집하는 선생님의 사진에선 꾸밈과 가감이 없는 진솔함이 뭉뚝 전해집니다. 사진을 보는 나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진 한 장이 이리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 싶지요.
사진 옆에는 예의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선생님의 필체로 인사말을 적으셨습니다. 길지 않은 글을 아껴 읽다가 울컥했습니다. ‘바람과 구름의 길, 부론입니다. 목사님께서 빚어놓으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강원도의 한 끄트머리 마을, 단강을 사랑한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분이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글과 방송으로도 큰 족적을 남기셨는데, 단강마을의 어르신인 김천복 할머니, 박민하 할아버지 외 몇몇 분들도 여러 차례 만나셨습니다. 그분들이 기억하는 이야기와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만나실 때마다 선생님이 보인 태도는 목회를 하는 제게도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어투에서 몸가짐까지 친근하되 무례하지 않는, 언제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따뜻하고 진중한 태도가 선생님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카드를 대하는 순간 문득 마음에 떠오른 것이 있었습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입니다. 중국 당대의 임제(臨濟)선사가 남긴 말로,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자리가 진리의 자리이다”라는 뜻일 것입니다.
선생님은 지난 시간을 슬며시 환기하심으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신다 싶었습니다. 지금 있는 이곳에서 주인이 되라고, 지금 있는 이 자리를 진리의 자리로 만들라고 말이지요.
선생님은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이라는 말 앞에 ‘선생님다운’이라 쓰려다가 그만둡니다. 선생님과 선생님들을 함부로 내가 판단하는 것 같은 민망함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말이 오히려 선생님을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싶기 때문입니다. 늘 자연스럽고 소탈하신 선생님은 필시 그런 수식어를 번거롭게 여기실 것입니다.
선생님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공부하실 때 외에는 강원도를 떠나지 않고 강원도의 아이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강원도를 사랑하는 분입니다. 게다가 국어선생님, 선생님은 우리말과 우리의 얼,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는 것을 평생 가르치셨고, 몸소 지키셨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을 지키며 사십니다. ‘지키신다’ 하면 역시 손사래를 치실 것 같습니다. 그냥 살고 있다고 애써 그 말을 바꾸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선생님은 당신이 찍은 사진으로 카드를 만드셨습니다. 저 아래로 강이 흐르고, 강 언덕에는 몇 그루의 느티나무가 어울려 서 있고, 그 앞으로는 하얗게 억새가 피어난 사진입니다. 사람 눈에 가장 가깝다며 굳이 50밀리미터 렌즈를 고집하는 선생님의 사진에선 꾸밈과 가감이 없는 진솔함이 뭉뚝 전해집니다. 사진을 보는 나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진 한 장이 이리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 싶지요.
사진 옆에는 예의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선생님의 필체로 인사말을 적으셨습니다. 길지 않은 글을 아껴 읽다가 울컥했습니다. ‘바람과 구름의 길, 부론입니다. 목사님께서 빚어놓으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강원도의 한 끄트머리 마을, 단강을 사랑한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분이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글과 방송으로도 큰 족적을 남기셨는데, 단강마을의 어르신인 김천복 할머니, 박민하 할아버지 외 몇몇 분들도 여러 차례 만나셨습니다. 그분들이 기억하는 이야기와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만나실 때마다 선생님이 보인 태도는 목회를 하는 제게도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어투에서 몸가짐까지 친근하되 무례하지 않는, 언제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따뜻하고 진중한 태도가 선생님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카드를 대하는 순간 문득 마음에 떠오른 것이 있었습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입니다. 중국 당대의 임제(臨濟)선사가 남긴 말로,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자리가 진리의 자리이다”라는 뜻일 것입니다.
선생님은 지난 시간을 슬며시 환기하심으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신다 싶었습니다. 지금 있는 이곳에서 주인이 되라고, 지금 있는 이 자리를 진리의 자리로 만들라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