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현관 (玄關)

현관 (玄關)

by 정운 스님 2019.12.17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현관’이 바로 불교에서 비롯된 말이다. 집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현관玄關이 나오는데 현관을 지나야 깊숙이 자리 잡은 안방과 부엌에 들어설 수 있다.
‘관關’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선禪에 드는 어귀를 말한다. 즉 깊고 묘한[玄] 도에 들어가는 단서端緖를 말하기도 한다. 그윽한 이치[玄]에 드는 관문關門으로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다. 선에서는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다. 흩어지고, 분산되어진 망상덩어리의 자신을 하나의 길[상대적→절대적인 인식]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 절대적인 경지에 들기 위해서는 뼈저린 수행, 힘든 여정의 길을 견뎌야 한다. 관문을 통과해 깨달음의 길로 접어드는 법이니, 어떤 수단으로도 피해갈 수 없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깨달음의 길도 그만큼의 여정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관문이 우리 중생들의 삶에도 있다. 중생들의 삶에는 어떤 관문이 있는가? 삶 자체가 고난의 역사이다. 어느 한 개인이든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어느 누구이든 반드시 겪어야 할 일과 고난이 주어지는 법이다. 즉 어둠의 통로를 거쳐야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이른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시 구절에 이런 내용이 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누님이 젊은 시절에 힘겨웠던 고난을 겪고, 나이가 들은 뒤 여유를 갖고 젊은 시절을 관조하는 것을 꽃에 비유했다. 앞의 시 구절 다음은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이다. 곧 꽃 한 송이는 비바람과 태풍, 무서리 등 자연의 역경을 견뎌냈기에 한 생명을 피워내는 것이다.
‘인생이 힘들다’고, ‘누군가 나를 비난한다’고,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고, ‘내 재산이 탕진되었다’고....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 비바람과 태풍을 이겨내야 한 송이 국화꽃이 피어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군들 흔들리는 고통이 없을 것이며, 고난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1954~)는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30여 년간 토크쇼를 한 인물이다. 그녀는 미혼모의 딸로서 불후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미국의 영향력 있는 10인에 포함될 정도이다. 또한 UN 선정 ‘세계 지도자상’을 받기도 하였다. 감히 몇 줄로 그녀의 불행했던 인생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만은 그녀는 인생에서 겪어야 할 관문을 뛰어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녀는 이런 말을 하였다.
“실패하라. 그리고 다시 도전하라. 이번에는 더 잘 해보라. 넘어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단지 위험을 감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해탈하기 위한 길에 쓰디쓴 좌절과 힘겨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듯이 어떤 고통스러운 시련에도 좌절하지 말고, 인생의 통과의례라고 받아들이자. 그 관문을 통과하면, 자신이 얻고자 하는 환희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