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멋지다! 이거 산거야?
야, 멋지다! 이거 산거야?
by 권영상 작가 2019.10.17
베란다 조롱에 키우고 있는 십자매가 새끼를 쳤다. 두 마리. 아침에 눈을 뜨면 닫힌 베란다 문밖에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속엔 어린 새끼 새들 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가을이 올수록 새들 울음소리가 또록또록하다. 아무래도 새끼 새들이 더 크기 전에 둥지 하나를 더 구해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조롱 안에 든 둥지는 십자매 분양을 받을 때 구해온 짚으로 만든 둥지다. 거기에 어미새 두 마리가 여태 살았는데 네 마리가 함께 살기엔 아무래도 좁다. 그간 이런저런 일이 밀려 십자매 둥지에 마음 쓸 여유가 없었다.
‘가게에서 둥지를 사느니 내 손으로 만들어 보자.’
그 생각을 하며 떠오른 게 있다. 반듯하고 예쁜, 종이로 만든 새집이다. 생각이 거기에 머물자 벌떡 일어나 종이를 찾았다. 새집을 만들 탄탄한 종이는 많다. 가끔 오는 택배 종이상자다. 보루지는 두꺼워 작은 집을 만들기엔 부담스럽다.
일어난 김에 연필과 컴퍼스와 자와 칼과 가위와 풀, 스카치테이프, 그리고 묵은 여성 잡지 한 권을 찾아내놓았다. 손수 뭘 만들거나 꿰매는 일은 그 물건을 쉽게 사는 가격보다 더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공책 한 장을 펼쳐놓고 우선 새둥지가 아닌 새집 모형도를 그렸다. 지붕은 반듯한 맞배 기와지붕이다. 창문은 한 면에 하나씩 두 개, 가급적 창문틀은 빨간색. 창문턱을 만들어 새들이 날아가거나 날아와 앉을 도약대를 둔다. 그리고 지붕엔 원통형 굴뚝 하나쯤 그려 넣었다.
그걸 들고, 하드지에 모형도에 맞는 펼친그림을 그린다. 이 모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기술과 실습 시간에 배운 것들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일 먼저 신나게 만들었던 게 내가 살고 싶은 우리 집 모형이었다.
다 그리고 나자, 가위와 칼로 자르고 풀로 붙인다. 닭은 새들과 마찬가지로 조류다. 조류들은 호기심이 많아 송곳구멍만한 틈이 있어도 가만두지 않는다. 고 뾰족한 부리로 쪼고 뚫고 찢어서 제 집을 망가뜨리기 일쑤다. 풀과 스카치테이프로 꼼꼼하게 붙인다.
지붕엔 묵은 과월호 잡지의 컬러 면을 오려 기와지붕 무늬를 넣고, 창틀은 내가 바라던 대로 빨간색 창틀을 만든다.
소년 시절에 만든 내가 살 집 모형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마당은 넓고 마당을 둘러친 낮은 나무 휀스엔 빨간 줄장미 덩굴을 올리고, 마당엔 수도펌프 곁에 라일락, 그 곁에 그네, 울타리 모롱이엔 닭장, 대문 곁엔 강아지집. 내가 살 집은 다락방 있는 이층집, 지붕은 붉은 맞배지붕. 집 뒤엔 집보다 더 높이 솟은 네모난 굴뚝.
다 만든 새집을 조롱 안에 딱 고정해 놓았다.
“야, 멋지다! 이거 산 거야?”
늦게 집에 들어온 아내가 조롱 안에 달아준 새집을 보고 놀라 소리친다. 내가 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놀라운 아내의 경탄!
이런 일이란 단순한 노동이다. 그런 까닭에 이런 일에 바치는 시간을 아깝다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것도 일종의 노동이어서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좀 순수해진다. 작은 생명의 집을 내 손으로 지어준다는 제법 고귀한, 내 어린 시절에 품었던 동심에 가 닿을 수 있게 되어 좋다. 말은 안 하지만 무엇보다 십자매 어미들이 좋아하겠다.
이미 조롱 안에 든 둥지는 십자매 분양을 받을 때 구해온 짚으로 만든 둥지다. 거기에 어미새 두 마리가 여태 살았는데 네 마리가 함께 살기엔 아무래도 좁다. 그간 이런저런 일이 밀려 십자매 둥지에 마음 쓸 여유가 없었다.
‘가게에서 둥지를 사느니 내 손으로 만들어 보자.’
그 생각을 하며 떠오른 게 있다. 반듯하고 예쁜, 종이로 만든 새집이다. 생각이 거기에 머물자 벌떡 일어나 종이를 찾았다. 새집을 만들 탄탄한 종이는 많다. 가끔 오는 택배 종이상자다. 보루지는 두꺼워 작은 집을 만들기엔 부담스럽다.
일어난 김에 연필과 컴퍼스와 자와 칼과 가위와 풀, 스카치테이프, 그리고 묵은 여성 잡지 한 권을 찾아내놓았다. 손수 뭘 만들거나 꿰매는 일은 그 물건을 쉽게 사는 가격보다 더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공책 한 장을 펼쳐놓고 우선 새둥지가 아닌 새집 모형도를 그렸다. 지붕은 반듯한 맞배 기와지붕이다. 창문은 한 면에 하나씩 두 개, 가급적 창문틀은 빨간색. 창문턱을 만들어 새들이 날아가거나 날아와 앉을 도약대를 둔다. 그리고 지붕엔 원통형 굴뚝 하나쯤 그려 넣었다.
그걸 들고, 하드지에 모형도에 맞는 펼친그림을 그린다. 이 모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기술과 실습 시간에 배운 것들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일 먼저 신나게 만들었던 게 내가 살고 싶은 우리 집 모형이었다.
다 그리고 나자, 가위와 칼로 자르고 풀로 붙인다. 닭은 새들과 마찬가지로 조류다. 조류들은 호기심이 많아 송곳구멍만한 틈이 있어도 가만두지 않는다. 고 뾰족한 부리로 쪼고 뚫고 찢어서 제 집을 망가뜨리기 일쑤다. 풀과 스카치테이프로 꼼꼼하게 붙인다.
지붕엔 묵은 과월호 잡지의 컬러 면을 오려 기와지붕 무늬를 넣고, 창틀은 내가 바라던 대로 빨간색 창틀을 만든다.
소년 시절에 만든 내가 살 집 모형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마당은 넓고 마당을 둘러친 낮은 나무 휀스엔 빨간 줄장미 덩굴을 올리고, 마당엔 수도펌프 곁에 라일락, 그 곁에 그네, 울타리 모롱이엔 닭장, 대문 곁엔 강아지집. 내가 살 집은 다락방 있는 이층집, 지붕은 붉은 맞배지붕. 집 뒤엔 집보다 더 높이 솟은 네모난 굴뚝.
다 만든 새집을 조롱 안에 딱 고정해 놓았다.
“야, 멋지다! 이거 산 거야?”
늦게 집에 들어온 아내가 조롱 안에 달아준 새집을 보고 놀라 소리친다. 내가 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놀라운 아내의 경탄!
이런 일이란 단순한 노동이다. 그런 까닭에 이런 일에 바치는 시간을 아깝다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것도 일종의 노동이어서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좀 순수해진다. 작은 생명의 집을 내 손으로 지어준다는 제법 고귀한, 내 어린 시절에 품었던 동심에 가 닿을 수 있게 되어 좋다. 말은 안 하지만 무엇보다 십자매 어미들이 좋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