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by 한희철 목사 2019.10.02

이현주가 쓴 동화 중에 ‘미운 돌멩이’가 있습니다. 개울가에 흔하게 자리 잡은 돌멩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고운 돌멩이들은 배낭을 메고 개울가를 찾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습니다. 기도하는 소녀, 촛대, 짐을 진 노인, 꼬리 없는 원숭이, 아기 사슴…, 사람들은 찾아낸 돌멩이들에게 한 가지씩 이름을 지어 주고는 휘파람을 불며 좋아했습니다. 개울가에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못생긴 돌멩이들뿐입니다. 어디 하나 자랑할 만한 구석이 없는 두루뭉수리들뿐이지요.
왜 사람들은 예쁘고 고운 돌멩이만 좋아할까, 못생긴 돌멩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서러워하면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남모르게 눈물을 짓곤 했습니다. 돌멩이가 어떻게 우는지 궁금하다면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르기 전에 안개 낀 개울가로 나와 보면 알게 됩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여 외롭고 슬픈 돌멩이들마다에 이슬방울처럼 맺혀 있는 차가운 눈물을 볼 수가 있을 테니까요.
“왜 사람들은 예쁜 돌멩이들만 좋아할까요?” 어느 날 못생긴 돌멩이 하나가 작은 물새의 깃털을 입에 물고 스쳐 가는 하늬바람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멩이들로 자기 방을 아름답게 꾸미지.” 하늬바람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미운 돌멩이 곁을 맴돌면서 대답해 주었습니다.
‘아, 그런 사람의 방 안에서 한 자리 차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무룩해진 미운 돌멩이에게 하늬바람이 물었습니다. “너도 사람들이 데리고 가 줬으면 좋겠지?” 하늬바람이 자기 마음속을 너무나도 뻔히 들여다보았으므로 미운 돌멩이는 더욱더 슬퍼졌습니다. 하늬바람은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못생긴 돌멩이들 둘레를 돌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마라, 이 못생긴 돌멩이들아. 사람들이 가지고 간 돌멩이는 겨우 한 칸 방을 꾸미고 있지만 너희는 이 지구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지 않느냐? 하하하… 하느님이 지으신 이 세상은 너희들같이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법이란다!”
미운 돌멩이는 하늬바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늬바람은 이번에도 미운 돌멩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는 몰라. 높은 데 올라가면 다 볼 수 있지. 높은 데서는 알 수 있어. 너희들 못난 돌멩이들이 굽이치는 개울을 따라, 큰 강을 따라, 바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아름다운 비단폭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지를…”
개울가 미운 돌멩이들의 이야기지만 실은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또한 알아주는 이가 없어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고,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늬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하늘 음성처럼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비단폭처럼 세상을 눈부시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못생긴 돌멩이들, 크게 잘난 것 따로 없어도 얼마든지 어깨를 펴고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우리에겐 있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