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여뀌
바보여뀌
by 한희철 목사 2019.09.18
주변의 꽃 중에는 서러운 이름을 가진 꽃들이 많습니다. 큰도둑놈의갈고리, 며느리밑씻개, 개불알꽃,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애기똥풀, 노루오줌, 잔털제비꽃, 벼룩나물, 골무꽃, 꿩의밥, 송장풀, 달뿌리풀, 괭이밥, 광대나물, 쇠별꽃…, 하나하나 되뇌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 이름들입니다. 마치 미운 녀석에게 함부로 붙인 별명 같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꽃인데 예쁜 이름 붙여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하필이면 하찮아 보이는 이름을 붙였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마도 꽃을 바라보는 이들의 처지와 닮아서 어쩌면 너도 나와 다를 게 없냐고 하다가 생겨난 이름 아닐까 헤아려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러운 이름을 가진 것 중의 하나가 바보여뀌입니다. 여뀌라는 이름이 있는데 그 앞에 굳이 바보라는 말을 붙여 바보여뀌가 되었습니다. 바보여뀌는 1년생 초본으로 종자로 번식을 하는데, 물가의 습지에서 잘 자랍니다. 개울가 풀숲이나 논둑에서 그중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요. 우리 주변에는 너무 흔하고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이름을 모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보여뀌 하면 “그런 이름이 다 있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도 막상 바보여뀌를 보면 “이것이 바보여뀌였어?” 하며 금방 알아차릴 만한 꽃입니다.
7~9월에 꽃이 피고 꽃의 길이가 5~10cm 정도로 길쭉한데, 밑으로 처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달리는 꽃은 하얀색 바탕에 연한 붉은빛이 돕니다. 여뀌라는 버젓한 이름 앞에 바보라는 말이 달린 것은 여뀌가 가지고 있는 매운맛이 바보여뀌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매운 맛이 없다고 바보여뀌라 부르니 조금은 억울하달 수도 있지만, 꽃은 누가 뭐라 부르든 여전히 자기 빛깔과 모양으로 아름답게 피어날 뿐입니다.
가까이서 바보여뀌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사진을 보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세상에, 하늘의 별들을 하나하나 박아 놓은 듯, 그러자 별들이 자기만의 빛깔로 반짝이는 듯, 드문 아름다움을 이토록 은은하게 뿜어내는 목걸이가 다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걸어줄 목걸이로는, 사랑하는 사람 기다리며 밝힐 등불로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것이 세상에 따로 없겠다 싶었습니다. 은은해서 눈이 부신 아름다운 목걸이를 어떤 장인이 어떤 상상력으로 얼마큼의 공을 들여 만들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진을 보며 감탄을 하다가 또 한 번 놀랐던 것은 그것이 바로 바보여뀌를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에서 그중 흔하게 보던 꽃이 이처럼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니, 그런데도 어찌 한 번도 바보여뀌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바보여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습니다. 이번 가을엔 바보여뀌 곁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 앞에 몸을 낮춰 네가 바보여뀌구나, 그 이름 한 번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서러운 이름을 가진 것 중의 하나가 바보여뀌입니다. 여뀌라는 이름이 있는데 그 앞에 굳이 바보라는 말을 붙여 바보여뀌가 되었습니다. 바보여뀌는 1년생 초본으로 종자로 번식을 하는데, 물가의 습지에서 잘 자랍니다. 개울가 풀숲이나 논둑에서 그중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요. 우리 주변에는 너무 흔하고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이름을 모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보여뀌 하면 “그런 이름이 다 있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도 막상 바보여뀌를 보면 “이것이 바보여뀌였어?” 하며 금방 알아차릴 만한 꽃입니다.
7~9월에 꽃이 피고 꽃의 길이가 5~10cm 정도로 길쭉한데, 밑으로 처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달리는 꽃은 하얀색 바탕에 연한 붉은빛이 돕니다. 여뀌라는 버젓한 이름 앞에 바보라는 말이 달린 것은 여뀌가 가지고 있는 매운맛이 바보여뀌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매운 맛이 없다고 바보여뀌라 부르니 조금은 억울하달 수도 있지만, 꽃은 누가 뭐라 부르든 여전히 자기 빛깔과 모양으로 아름답게 피어날 뿐입니다.
가까이서 바보여뀌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사진을 보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세상에, 하늘의 별들을 하나하나 박아 놓은 듯, 그러자 별들이 자기만의 빛깔로 반짝이는 듯, 드문 아름다움을 이토록 은은하게 뿜어내는 목걸이가 다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걸어줄 목걸이로는, 사랑하는 사람 기다리며 밝힐 등불로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것이 세상에 따로 없겠다 싶었습니다. 은은해서 눈이 부신 아름다운 목걸이를 어떤 장인이 어떤 상상력으로 얼마큼의 공을 들여 만들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진을 보며 감탄을 하다가 또 한 번 놀랐던 것은 그것이 바로 바보여뀌를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에서 그중 흔하게 보던 꽃이 이처럼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니, 그런데도 어찌 한 번도 바보여뀌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바보여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습니다. 이번 가을엔 바보여뀌 곁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 앞에 몸을 낮춰 네가 바보여뀌구나, 그 이름 한 번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