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서 찾은 인생
와인에서 찾은 인생
by 권영상 작가 2019.09.11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장은 고향 부르고뉴의 와이너리로 돌아온다. 와이너리는 와인 양조장을 갖춘 넓은 포도원을 말한다. 집을 떠난지 10년 만에 돌아온 장은 여동생 줄리엣과 막내 제레미와 부르고뉴의 노란 가을처럼 반갑게 재회한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커질 때까지 아버지로부터 듣던 형 노릇 못 한다는 잔소리가 싫어 장은 일찍이 집을 떠난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란 이렇다 할 애정 하나 없는 존재다. 아버지는 막내인 제레미를 유독 사랑했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제레미는 결혼 후 처갓집에 휘둘리며 산다. 그런 와중에도 줄리엣은 딸답게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 이후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오랜만의 행복한 해후도 잠시, 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서로 다른 상처와 속내로 고민한다.
그 무렵 이들 3남매를 위해 남겨놓은 아버지의 유산이 불거진다. 그건 세 사람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매도할 수 없는 공동명의의 거대한 와이너리다. 이미 결혼을 하고 대출을 받아 먼 이국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지만 거듭되는 실패로 빚에 시달리는 장과 두 동생은 유산을 놓고 갈등한다.
장은 자신 몫의 포도밭을 잘라 팔고 싶어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큰 제레미는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보다 처갓집에 넘기려 하고, 줄리엣만이 아버지의 뜻을 지키려 몸부림친다. 그러나 장이 돌아오기를 재촉하는 올케의 전화는 상황을 더욱 난처하게 한다.
한 달만!
한 달만 머물다 가겠다던 장은 포도밭에 가을이 흠뻑 들어설 때까지 머문다. 셋은 몰려오는 구름을 쳐다보며 포도 수확 시기를 놓고 고민하거나 수확한 포도를 아버지의 방식을 떠올리며 숙성시켜 나간다. 상처를 안고 집을 떠나갔던 장은 그 옛날의 우애로웠던 시절로 돌아가는데에도 숙성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함을 은밀히 느낀다.
영화 속엔 포도 수확의 적기를 알기 위해 삼남매가 포도를 따 그 맛을 음미하는 장면이나 숙성한 와인 맛을 음미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 또한 이들 삼남매가 저마다 지난날의 우애를 음미하며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따뜻한 암시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 장면은 늘 부르고뉴 포도밭의 노란 가을 속에서 행해진다.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란 너무나 뻔하다. 이국에 두고 온 장의 아내와 아들이 돌아와 이들 삼남매와 합류하는 일이다. 결말이 뻔한데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보루도뉴의 아름다운 사계절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내리라는 행복한 예감 때문이다. 그것은 영화를 받쳐주고 있는 와인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힘 때문이기도 하다.
주제도 결말도 뻔한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이 마음에 오래 남는 까닭은 아버지를 중심에 둔 너무도 현실 같은 일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엄마나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모여든 자식들이 부모의 유산을 놓고 갈등하는 영화는 많다. 우리 삶에서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기 때문에 공감 또한 크다.
그런 일은 명절을 배경으로도 자주 일어난다. 한가위가 코앞에 다가왔다. 명절이 어린 시절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까닭은 성묘를 하면서도 우리들 내면에 숨어있는 부르고뉴의 와이너리 때문이다. 유산을 해결하는데엔 별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애정어린 형제애만이 가능함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한가위 연휴에 볼만한 보기 드문 역작이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커질 때까지 아버지로부터 듣던 형 노릇 못 한다는 잔소리가 싫어 장은 일찍이 집을 떠난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란 이렇다 할 애정 하나 없는 존재다. 아버지는 막내인 제레미를 유독 사랑했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제레미는 결혼 후 처갓집에 휘둘리며 산다. 그런 와중에도 줄리엣은 딸답게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 이후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오랜만의 행복한 해후도 잠시, 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서로 다른 상처와 속내로 고민한다.
그 무렵 이들 3남매를 위해 남겨놓은 아버지의 유산이 불거진다. 그건 세 사람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매도할 수 없는 공동명의의 거대한 와이너리다. 이미 결혼을 하고 대출을 받아 먼 이국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지만 거듭되는 실패로 빚에 시달리는 장과 두 동생은 유산을 놓고 갈등한다.
장은 자신 몫의 포도밭을 잘라 팔고 싶어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큰 제레미는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보다 처갓집에 넘기려 하고, 줄리엣만이 아버지의 뜻을 지키려 몸부림친다. 그러나 장이 돌아오기를 재촉하는 올케의 전화는 상황을 더욱 난처하게 한다.
한 달만!
한 달만 머물다 가겠다던 장은 포도밭에 가을이 흠뻑 들어설 때까지 머문다. 셋은 몰려오는 구름을 쳐다보며 포도 수확 시기를 놓고 고민하거나 수확한 포도를 아버지의 방식을 떠올리며 숙성시켜 나간다. 상처를 안고 집을 떠나갔던 장은 그 옛날의 우애로웠던 시절로 돌아가는데에도 숙성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함을 은밀히 느낀다.
영화 속엔 포도 수확의 적기를 알기 위해 삼남매가 포도를 따 그 맛을 음미하는 장면이나 숙성한 와인 맛을 음미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 또한 이들 삼남매가 저마다 지난날의 우애를 음미하며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따뜻한 암시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 장면은 늘 부르고뉴 포도밭의 노란 가을 속에서 행해진다.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란 너무나 뻔하다. 이국에 두고 온 장의 아내와 아들이 돌아와 이들 삼남매와 합류하는 일이다. 결말이 뻔한데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보루도뉴의 아름다운 사계절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내리라는 행복한 예감 때문이다. 그것은 영화를 받쳐주고 있는 와인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힘 때문이기도 하다.
주제도 결말도 뻔한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이 마음에 오래 남는 까닭은 아버지를 중심에 둔 너무도 현실 같은 일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엄마나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모여든 자식들이 부모의 유산을 놓고 갈등하는 영화는 많다. 우리 삶에서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기 때문에 공감 또한 크다.
그런 일은 명절을 배경으로도 자주 일어난다. 한가위가 코앞에 다가왔다. 명절이 어린 시절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까닭은 성묘를 하면서도 우리들 내면에 숨어있는 부르고뉴의 와이너리 때문이다. 유산을 해결하는데엔 별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애정어린 형제애만이 가능함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한가위 연휴에 볼만한 보기 드문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