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기댄 노년층 삶
허공에 기댄 노년층 삶
by 이규섭 시인 2019.08.23
일복은 많은 편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자 행복이다. 현직에서 은퇴한 뒤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으니 늘 고맙고 감사하다. 퇴직을 앞두고 고정 수입이 사라지면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 막막했다. 빈손으로 허공에 기댄 듯 불안하다. 대안이라고 준비한 게 각 언론사 논객 몇 명이 뜻을 모아 칼럼니스트 모임을 결성한 것이다.
전자 시대, 정보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와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원고청탁을 받자는 것이 목적이다. 활자 매체가 활성화된 시절이라 글품을 팔 기회가 심심찮게 들어왔다. 신문과 기관지, 사보가 일감의 주류를 이뤘다. 사학 저술가, 동물생태전문 칼럼니스트, 인터넷 문화를 주도한 젊은 필진들의 참여로 활기가 넘쳤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친목을 다졌다.
한 가지 일이 마무리되거나 일이 끊길 무렵이면 어김없이 다른 일이 이어졌다. 시사주간지 편집국장, KBS1 라디오 생방송 시사평론은 새로운 경험이다.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을 맡아 글로벌 시각을 넓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미디어 강사는 내 인생의 후반기를 빛낸 행복 바이러스다. 강의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시들어가는 육신에 푸른 피를 돌게 한다. 지도안을 준비하고 가르치면서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머리에 무서리 내린 70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강의는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열심히 한 길로 달려왔다.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쉬어도 될 나이지만 소득이 주는 만큼 살림살이 걱정은 여전히 크다. 소득이 준다고 제세공과비가 주는 건 아니다. 경조사비 지출은 줄었으나 병원비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다. 최근엔 아내의 허리 통증 수술로 목돈이 지출됐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늙은이 병원비와 약값이다. 수익 창출 없는 과도한 지출은 노인층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재테크 잘한 은퇴자는 상속세 걱정을 하는데 생계비 걱정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고 딱하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생활비를 벌려고 일손을 놓지 못하는 딱한 노년층은 차고 넘친다. 고령층(65∼79세) 10명 가운데 4명은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 3명 중 1명은 단순 노무직이다. 노부모 모시고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55∼79세 인구 1384만 3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 3명 중 2명은 월평균 수령액이 50만 원 미만으로 기초생활수급비에도 못 미친다. 고령층 10명 가운데 6명이 일자리를 원하는 이유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의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자신의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노인들이 수레를 끌고 뙤약볕 아래 폐지를 줍는 고달픈 삶도 이 땅의 서글픈 단면이다. 남은 생이 막막해도 기댈 곳 없는 것이 노년층의 불안한 삶이다. 노후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결국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전자 시대, 정보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와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원고청탁을 받자는 것이 목적이다. 활자 매체가 활성화된 시절이라 글품을 팔 기회가 심심찮게 들어왔다. 신문과 기관지, 사보가 일감의 주류를 이뤘다. 사학 저술가, 동물생태전문 칼럼니스트, 인터넷 문화를 주도한 젊은 필진들의 참여로 활기가 넘쳤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친목을 다졌다.
한 가지 일이 마무리되거나 일이 끊길 무렵이면 어김없이 다른 일이 이어졌다. 시사주간지 편집국장, KBS1 라디오 생방송 시사평론은 새로운 경험이다.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을 맡아 글로벌 시각을 넓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미디어 강사는 내 인생의 후반기를 빛낸 행복 바이러스다. 강의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시들어가는 육신에 푸른 피를 돌게 한다. 지도안을 준비하고 가르치면서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머리에 무서리 내린 70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강의는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열심히 한 길로 달려왔다.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쉬어도 될 나이지만 소득이 주는 만큼 살림살이 걱정은 여전히 크다. 소득이 준다고 제세공과비가 주는 건 아니다. 경조사비 지출은 줄었으나 병원비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다. 최근엔 아내의 허리 통증 수술로 목돈이 지출됐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늙은이 병원비와 약값이다. 수익 창출 없는 과도한 지출은 노인층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재테크 잘한 은퇴자는 상속세 걱정을 하는데 생계비 걱정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고 딱하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생활비를 벌려고 일손을 놓지 못하는 딱한 노년층은 차고 넘친다. 고령층(65∼79세) 10명 가운데 4명은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 3명 중 1명은 단순 노무직이다. 노부모 모시고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55∼79세 인구 1384만 3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 3명 중 2명은 월평균 수령액이 50만 원 미만으로 기초생활수급비에도 못 미친다. 고령층 10명 가운데 6명이 일자리를 원하는 이유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의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자신의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노인들이 수레를 끌고 뙤약볕 아래 폐지를 줍는 고달픈 삶도 이 땅의 서글픈 단면이다. 남은 생이 막막해도 기댈 곳 없는 것이 노년층의 불안한 삶이다. 노후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결국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