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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번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천만 번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

by 한희철 목사 2019.05.29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한 번만 더 들으면 백번이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을 때 가볍게 하는 말인데,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말입니다. 설마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도대체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따로 기록을 해 두진 않았을 것입니다. 수첩이나 손바닥에 ‘바를 정’(正) 자를 써 가면서 말이지요. 그런데도 마치 정확하게 셈을 한 것처럼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그 말은 크게 악의적인 말이 아니어서 대개의 경우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웃고 말지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 번만 더하면 백번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은 사람은 기억을 하는데 정작 말을 한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 채 반복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일은 자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름 중요하다고 여겨지거나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말을 강조해서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말을 처음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충분히 반복할 만한 의미나 가치가 있다고 여겨 반복할 때가 있지요. 반복을 하면 기억하기에 좋고, 세월이 지나가도 잊히지 않고 마음에 새겨질 것 같은 기대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대번 “아빠, 그 말” 하며 전에 했던 말임을 확인시키고는 합니다.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싫증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말일지라도 세 번 하면 개도 싫어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좋은 말도 반복하면 개도 싫어한다는데, 좋지 않은 말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상대가 듣기 불편해하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말로 그의 뺨을 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겠지요.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나르시시즘의 증후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새롭게 더할 말은 없지만 여전히 대화를 주도해 나가려는 심리라는 것이지요.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반복하는 말은 효과가 반감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제자리걸음과 같아서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할 뿐이지요. 반복을 하는 빈도수에 따라 효율성은 떨어집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의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강조하기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점점 약해져서 마침내는 무시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니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말에 대해 돌아볼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은 말들도 있습니다. 사랑해, 고마워, 참 예쁘다, 넌 할 수 있어, 당신이 최고야, 네가 있어 참 좋다, 얼마든지 또 듣고 싶은 말들도 적지가 않습니다. 가수 김세환은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노래를 통해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걸’ ‘사랑받은 그 순간보다 흐뭇한 건 없을걸’ 하며 ‘천만 번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사랑해’라고 노래를 합니다. 우리는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면서도 ‘천만 번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사랑해라는 가사를 과장이라 여기질 않습니다. 무의미한 말을 반복하는 대신 듣고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세상을 사랑하며 사는 길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