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울지마 톤즈

울지마 톤즈

by 정운 스님 2019.02.26

<울지마 톤즈>, 2010년 9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아파했다. 이 영화는 이태석(1962~2010) 신부님이 남수단에서 의술활동을 펼치다 선종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저런 삶이 쉬울까? 필자도 스님이지만, 나를 위한 삶을 먼저 생각하지, 척박한 곳에서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영화 내용은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 마을에서 어린아이들로 구성된 브라스밴드와 학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신부님은 남수단에서 의사로서 음악선생으로서, 교육자로서 살다가 암이 발병해 돌아가셨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신부님에 동질감을 느낀다. 불교계 스님들인 경우는 여건이나 기반이 천주교 교단과는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어쨌든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가 방영된 후 불교계 스님들도 반성하였다. 불교에서는 이태석 신부님처럼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교화하는 것을 동사섭同事攝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도 오래전에 이런 스님이 있었다. 수나라 때 윤주(577~654) 스님이다. 이 스님은 출가 전에 군인이었다. 그는 수많은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 40세에 꽤 높은 지위까지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 영광과 명예를 얻는 군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깊이 궁구했다. 스님은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높은 지위에 오르는 군인이라는 점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40세가 넘어 출가하였다. 스님은 늦게 출가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다 깊은 산골에서 참선 삼매에 들었는데, 스님이 계곡물에 잠기었다. 이런 와중에도 스님은 태연스럽게 선정삼매에 들었다. 계곡물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이때 지나던 사냥꾼이 이 모습을 보고, 스님에게 감동을 받아 엉겁결에 스님을 향해 합장하였다. 사냥꾼은 자신의 사냥업을 반성하고 참회하였다. 스님이 출가한지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옛 군인 친구들이 찾아왔다. 그 지인들은 옛 전장에서 함께 한 동료들로서 스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쳤느냐, 자네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산속에서 고행을 한단 말인가? 그대가 다시 군인의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오. 다시 세속으로 돌아오라.”
이런데도 스님은 출가수행을 지속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스님은 법을 제자에게 물려주고, 석두성石頭城[江蘇省 南京 淸凉山]으로 들어갔다. 석두성은 나인들의 주거 집단인 나인방癩人坊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소록도에 나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나병을 한센병이라고도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는 문둥병이다. 하늘이 내린 천형天刑이라고도 한다. 이 병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 단어조차 표현하는 것이 죄송스럽다.
이런 곳에서 스님은 나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에게 진리를 설해주고, 그들의 옷을 빨아주며, 그들과 함께 머물다가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스님이 입적한 뒤에 스님의 안색은 생전처럼 똑같았고, 스님이 머물던 방에는 기이한 향기가 풍겼다는 내용이 전한다. 이태석 신부님, 윤주 스님 등 고금에 성자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