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지혜
기다림의 지혜
by 이규섭 시인 2019.02.22
낚시도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가 보여준다. 채널A에서 방송하는 낚시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보다가 빨려들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예계의 낚시꾼 이덕화와 이경규, 활어 같은 젊은 강태공 등 세 어부가 지루하기 쉬운 낚시에 싱싱한 활력과 겨자같이 톡 쏘는 재미를 불어넣는다. 전문 낚시꾼 등 게스트들도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며 흥미를 낚아 올린다. 최근 새 MC로 개그우먼을 합류시켜 싱싱한 ‘시청률 입질’을 기대한다.
특히 알래스카에서 백야와 야생동물 등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친 대어낚시는 한 편의 다큐다. 배우 장혁이 북태평양의 최고급 어종인 길이 82㎝, 무게 10㎏ ‘옐로아이’를 낚는 모습은 낚시 줄처럼 긴장이 팽팽했다. 이경규는 12㎏짜리 대왕문어를 끌어 올리며 기염을 토했다. 이덕화도 뒤질세라 길이 1m 36㎝ 무게 30㎏ 할리벗(Halibut)을 낚아 관록을 뽐냈다. 할리벗은 대서양에 서식하는 초대형 가자미로 ’괴물 가자미‘로 불린다.
알래스카 대형 가자미는 아니라도 동해안 참가자미를 잡으러 떠났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낚시꾼들의 말은 믿지 않은지 오래지만 이번엔 확실하다는 유혹에 따라나섰다. 양양 낙산해수욕장 선착장에서 예약한 배에 올랐다. 일행은 일곱 명. 대부분 민물과 바다낚시 전문 꾼이다. 낚시 배 전복사고가 잦은지라 구명조끼를 걸치고 단단히 조인다.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제법 달린 것 같은데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앞 바다. 해수욕장 전경이 부채 살처럼 퍼지고 낙산사 관음상이 바다를 굽어본다.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남해안이나 서해안과는 달리 탁 트인 동해에 눈길이 시원하다. 에메랄드빛으로 출렁이는 바다의 숨결이 가쁘다.
뱃머리에 부서지는 파도의 일렁임 따라 몸이 이리저리 춤을 추며 굳었던 세포가 팝콘처럼 터진다. 배 가장자리 곳곳에 낚시 줄을 달아 놓았다. 선주가 갯지렁이 미끼통을 하나씩 나눠 주며 미끼 끼우는 요령부터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지렁이를 물음표 닮은 낚시 바늘이 보이지 않게 끼워야 한다는 것. 낚시 줄을 바닥까지 내린 뒤 봉돌이 닫는 느낌이 들면 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라는 것. 참가자미는 채비가 바닥에 닿아야 입질을 하니까 낚시 줄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고패질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낚시 줄이 떨다가 멈추면 걸린 것이니 릴을 감아올리라고 한다. 선주가 나에게 배정된 낚시 줄로 시범을 보이는 사이 가자미 한 마리가 걸렸다. 손바닥 크기의 참가자미다.
지금부터 각자 도생이다. 20미터 안팎의 수심을 손끝으로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집중해야 하고 섬세해야 하며 예민해야 한다. 왕초보 낚시 줄에 참가자미 세 마리가 걸렸다. 산만하고 엉성하고 둔감한 녀석들이 아닌가 싶다. 짧지만 짜릿한 손맛도 느꼈다. 뼈까지 씹히는 참가자미의 고소한 맛은 덤이다. 낚시 줄을 드리운다고 강태공이 아니다. 대어가 쉽게 걸리지도 않는다. 바다 속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어신(魚信)을 기다리는 느긋함이 있어야 하며 기회를 낚아채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삶도 강태공 닮은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알래스카에서 백야와 야생동물 등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친 대어낚시는 한 편의 다큐다. 배우 장혁이 북태평양의 최고급 어종인 길이 82㎝, 무게 10㎏ ‘옐로아이’를 낚는 모습은 낚시 줄처럼 긴장이 팽팽했다. 이경규는 12㎏짜리 대왕문어를 끌어 올리며 기염을 토했다. 이덕화도 뒤질세라 길이 1m 36㎝ 무게 30㎏ 할리벗(Halibut)을 낚아 관록을 뽐냈다. 할리벗은 대서양에 서식하는 초대형 가자미로 ’괴물 가자미‘로 불린다.
알래스카 대형 가자미는 아니라도 동해안 참가자미를 잡으러 떠났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낚시꾼들의 말은 믿지 않은지 오래지만 이번엔 확실하다는 유혹에 따라나섰다. 양양 낙산해수욕장 선착장에서 예약한 배에 올랐다. 일행은 일곱 명. 대부분 민물과 바다낚시 전문 꾼이다. 낚시 배 전복사고가 잦은지라 구명조끼를 걸치고 단단히 조인다.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제법 달린 것 같은데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앞 바다. 해수욕장 전경이 부채 살처럼 퍼지고 낙산사 관음상이 바다를 굽어본다.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남해안이나 서해안과는 달리 탁 트인 동해에 눈길이 시원하다. 에메랄드빛으로 출렁이는 바다의 숨결이 가쁘다.
뱃머리에 부서지는 파도의 일렁임 따라 몸이 이리저리 춤을 추며 굳었던 세포가 팝콘처럼 터진다. 배 가장자리 곳곳에 낚시 줄을 달아 놓았다. 선주가 갯지렁이 미끼통을 하나씩 나눠 주며 미끼 끼우는 요령부터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지렁이를 물음표 닮은 낚시 바늘이 보이지 않게 끼워야 한다는 것. 낚시 줄을 바닥까지 내린 뒤 봉돌이 닫는 느낌이 들면 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라는 것. 참가자미는 채비가 바닥에 닿아야 입질을 하니까 낚시 줄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고패질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낚시 줄이 떨다가 멈추면 걸린 것이니 릴을 감아올리라고 한다. 선주가 나에게 배정된 낚시 줄로 시범을 보이는 사이 가자미 한 마리가 걸렸다. 손바닥 크기의 참가자미다.
지금부터 각자 도생이다. 20미터 안팎의 수심을 손끝으로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집중해야 하고 섬세해야 하며 예민해야 한다. 왕초보 낚시 줄에 참가자미 세 마리가 걸렸다. 산만하고 엉성하고 둔감한 녀석들이 아닌가 싶다. 짧지만 짜릿한 손맛도 느꼈다. 뼈까지 씹히는 참가자미의 고소한 맛은 덤이다. 낚시 줄을 드리운다고 강태공이 아니다. 대어가 쉽게 걸리지도 않는다. 바다 속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어신(魚信)을 기다리는 느긋함이 있어야 하며 기회를 낚아채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삶도 강태공 닮은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