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별을 가지려는 욕심을 버려야

별을 가지려는 욕심을 버려야

by 권영상 작가 2019.02.14

산골마을 두노와 두이는 살던 곳을 떠나 아빠를 따라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합니다. 둘은 정들었던 산골마을을 잊지 않기 위해 개울물에 노는 모래무지 두 마리를 주전자에 담아 갑니다. 정성 들여 보살펴주지만 갑갑한 주전자 속은 그들이 살 곳이 아닙니다. 결국 아빠를 설득해 고향 산골마을로 돌아가 개울물에 모래무지를 놓아줍니다.
“형, 모래무지한테 인사해.” 그 말에 형은 물 위에 ‘녕안’을 손가락으로 씁니다. 물속에서 모래무지가 읽기 좋게 거꾸로.
졸저인 동화<형, 모래무지한테 인사해>의 줄거리입니다.
이 동화를 쓴 지도 벌써 오래됐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늘 개울가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를 잡고, 물속 개울 돌들이 들려주는 개울물 노래를 듣고, 개울을 따라 피는 꽃 냄새를 맡으며 살던 두노와 두이에게 고향을 떠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지요.
둘은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뭔가를 가져가고 싶었지요. 그들이 선택한 것은 조약돌도, 솔방울도 아닌 하필이면 징검다리 아래 노는 모래무지입니다. 어린 그들은 햇빛처럼 모래무지도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이란 걸 몰랐던 거지요.
그 동화집을 내고 10여 년도 더 된 어젯밤입니다.
책장 구석자리에 꽂힌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안녕, 나의 별’이라는 그림책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뽑아들었습니다.
파블로 네루다는 모두 다 잘 아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가 자랑하는 작가지요. 그분이 그림동화를 만들기 위해 직접 쓴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런 내용입니다.
밤하늘에 별 하나가 반짝입니다. 나는 빌딩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몰래 그 별을 훔쳐 주머니에 넣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밤하늘은 어두워지고, 주머니 속 별은 떨고 있었지요. 나는 별을 침대 밑에 감춥니다. 하지만 별빛은 지붕 위로 새어나가고, 사람들은 나를 의심합니다. 오랜 생각 끝에 나는 별을 손수건에 감싸들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강물에 조용히 놓아주고 돌아옵니다.
제 글이 생활에 가까운 글이라면 네루다의 글은 환상을 바탕에 둔 글입니다. 두 글에 등장하는 중심 소재는 ‘모래무지’와 ‘별’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지만 그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되는, 그러니까 사람이 소유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가지고 싶지만 나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가지고 싶다고 꽃을 꺾는 순간 꽃이 생명을 잃는 것처럼 모래무지도 별도 누군가가 몰래 소유하는 순간 생명을 잃고 깜깜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듣지 못할 뿐 모래무지와 별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게 해 달라고 수없이 애원했겠지요. 그러나 다행히 사람이란 천성이 선한지라 마음의 눈이 열리면 그들이 살던 곳에 선뜻 놓아줄 줄 알지요.
책상서랍을 열어봅니다. 서랍 속엔 한 번도 잉크를 넣어보지 않은, 수십 년 동안 내 서랍에 붙잡혀 있는 만년필이 있고, 한 번도 켜 본 적 없는 지포 라이터가 있고, 이름도 알 수 없는 호드기를 닮은 대나무 악기가 있습니다. 내 손에 잡혀 왔지만 일없이 잠자고 있는 것들입니다. 셀 수 없이 이 서랍을 여닫았을 텐데 이들의 하소연을 나는 듣지 못했던 거지요. 늦었지만 이들 모두 그 쓰임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야겠네요.
올해는 내가 가질 수 없는 별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겠습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깨쳐 알고, 내 삶이 욕심으로부터 벗어나 소박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