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그 녀석이 돌아왔다

그 녀석이 돌아왔다

by 권영상 작가 2018.05.31

비 끝 하늘이 파랗다. 공기도 맑고 햇살도 눈부시다. 텃밭을 돌아 나오는데 보니 매실나무 아래쪽 가지들이 진딧물투성이다. 지난해에 낳아놓은 진딧물 알이 비 끝에 깨어난 모양이다. 약 치는 것보다 진딧물 낀 가지를 잘라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전지가위를 찾아들고 가지를 잘라나갔다. 나무 둥치에 올라앉은 청개구리가 나를 피해 자리를 옮겨 앉는다. 그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가만가만 가지를 자르다가 다시 보니 청개구리와 달리 노르스름하다. 통통하고, 별 볼품없는, 작고 좀 징그러운 녀석이다. 휴대폰을 꺼내어 검색해 봤다. 맞다. 그 녀석! 그 녀석이었다.
재작년 여름, 이슥한 밤이었다. 뜰 마당 아래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자꾸 울었다. 멍! 멍! 멍! 강아지는 뜰아래 길을 따라 왔다 갔다 하며 울었다. 근데 가만 들으려니 강아지 우는 소리하고는 좀 달랐다. 멍, 멍, 하던 소리가 이번에는 엄마! 엄마! 이렇게 들렸다. 어떻게 들으면 좀 어눌하고, 좀 바보스럽고 좀 모자라는 아이의 엄마 찾는 소리 같았다.
캄캄한 밤, 혼자 빈집에서 밤을 맞는 기분이 야릇했다. 으스스하거나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방마다 불을 환하게 켜고, 외등도 켰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 사이 울음소리가 마당귀 수로쯤에서 났다. 그러니까 그 불길한 울음이 뜰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점점 나를 압박해 오는 울음소리를 향해 빗자루를 던졌다. 여전히 엄마! 엄마! 울었다. 급한 대로 신발짝을 던졌다. 엄마! 엄마! 우는 그 야릇한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온몸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경희 아빠! 이리 좀 와 보세요!”
염치불구 옆집 경희 아빠를 불러냈다. 그이가 손전등을 비추고 나오며 그거 맹꽁이에요, 맹꽁이. 맹꽁이 소리에 그렇게 놀라시네요, 하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맹꽁이를 알 리 없었다. 맹꽁이라 꼭 맹한 강아지처럼 운다며 그이는 손전등 불빛을 따라 마당을 돌아나갔다.
방에 들어와 인터넷을 열었다. 거기에 나타난 그 녀석이 바로 오늘 아침에 보는 이 맹꽁이다. 서울 경기 경남 지방에 분포해 산다니 강릉이 고향인 내가 전혀 모를 수 밖에.
“맹꽁이가 돌아왔어!”
나는 모처럼 내려와 있는 아내를 불렀다.
맹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인한 하천이나 물웅덩이 오염이 이들을 멸종 위기로 내몬 것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게 양서류인 이들 맹꽁이란다. 그러고 보면 맹꽁이가 돌아왔다는 건 그냥 단순한 맹꽁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쪽 마을이 건강하다는 뜻이고, 이쪽 마을 사람들의 생태의식이 건전하다는 뜻이다.
“근데 맹꽁이 울음이 왜 당신 귀에 ‘엄마! 엄마!’로 들렸지?”
아내는 내가 가리키는 매실나무 위 맹꽁이를 보며 물었다.
맹꽁이 울음소릴 들으면 듣는 사람도 맹꽁이가 된다나 봐! 그러니 내가 맹꽁이가 됐던 거지 뭐, 하고 웃어 보였다. 어쨌거나 이태만에 돌아온 맹꽁이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