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버려라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버려라

by 정운 스님 2018.05.08

제나라 환공桓公이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침 마당에서 목수는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목수가 환공에게 다가와 물었다.
“환공께서는 대체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성인이 남긴 글입니다.”
“그분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이미 죽고 없지.”
“그렇다면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가 아닙니까?”
(예상치 못한 힐난에 환공은 당황스러워) “네놈이 무얼 안다고 그러느냐? 한마디 일러 보아라.”
“저는 수레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퀴의 굴대 구멍을 깎을 때 너무 많이 깎으면 헐겁고, 적게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깎는 것은 손의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그 방법은 마음에 있을 뿐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자식에게 가르쳐 줄 수도 없고 또한 저로부터 이어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이 칠십이 넘도록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습니다. 옛 성인들도 깨달은 그 무엇을 전할 수 없어 자신만이 안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후께서 읽고 계신 그 책이 찌꺼기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위 내용은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가 어느 분야를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해야 할 때는 교습용이 있을지라도 경지에 도달하려면 스스로의 노력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서는 부처님께서 “내가 말한 바 이 가르침이 뗏목과 같은 줄 알라.”고 하였다. 즉 강을 건너기 위해 꼭 필요한 뗏목이지만 강을 건넌 뒤에는 그 뗏목을 버려야 하듯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리도 마음을 닦아 깨달은 뒤에는 그 진리마저 얽매일 필요가 없이 버리라는 것이다. 결국, 부처님 진리도 어느 지역을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지도책에 불과한 것이지 그 지도책자가 목적이 아니다. 예를 들면, 운전교습을 할 때 먼저 운전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익히고 필기시험을 합격한 뒤, 교습용 책자는 필요 없는 무용지물이다. 운전교습책은 실전을 위해 잠깐 필요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완전히 운전에 통달하려면 노력에 의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장자는 이런 경우를 두고,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버려라[得魚忘筌]’고 하였다.
아마 어떠한 삶이든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 세상의 어떤 원리나 기술은 자신 스스로의 노력으로 터득하는 것이다. 혹 교습용이 있더라도 잠깐의 참고용이지, 그것이 목적을 이루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TV 프로 가운데 ‘달인’이라는 제목이 있다. 그 프로의 주인공들을 볼 때마다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의 일인자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이 달인들은 처음에는 책이나 선배의 가르침에서 배웠겠지만, 결국 그 달인의 경지에는 스스로의 노력과 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있다.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최고의 위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비와 같은 것이 아니다. 곧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과 땀이 있어야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