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인생’이라는 민낯과 마주하자

‘인생’이라는 민낯과 마주하자

by 정운 스님 2018.04.30

< 가벼운 것들의 반란 > - 김인화

어두운 곳에서 혼자 울지 마라.
빛나는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는 너로 인해 빛나는 것이고
너 또한 그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모두가 너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낮은 곳에서 혼자 떨지 마라.
높은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낮은 것들의 인정을 알지 못하는 그는 너보다 더 외로워 떨고 있다.
때가 되면 모두가 너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슬프다고 돌아서서 혼자 눈물짓지 마라.
즐거움도 때가 되면 슬픔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인 것을

외롭다고 울지 마라.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너의 슬픔은 그의 행복이고 그의 슬픔은 너의 행복일진데
때가 되면 모두는 모두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모두는 모두의 반쪽일 뿐 외롭다고 울지 마라.

며칠간 어떤 어린 친구로 인해 마음속이 후비는 듯하다. 교양과목 수업에 외국인 여학생이 있다. 어릴 때 본 인형처럼 동서양의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는 이쁜 학생이다. 밝은 모습인데다 귀엽게 생긴 20대 초반 여학생이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늦어서 밖에 서 있었다’고 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하면서 몸이 아프다고 하였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자살 충동으로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왜 젊은 친구가 인생을 즐겁게 살지 못하냐?’며 몇 마디 충고해주고 헤어졌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마음 한 켠에서는 그 친구의 모습이 떠나지 않는다. 꼭 그 친구가 아닌 ‘왜 인간이란 존재는 힘들어하고, 우울해야 하는가?’에 포커스가 놓인다. 불교에서는 인생의 고를 크게 4고[생노병사]와 8고를 말하지만, 이런 고는 그래도 희망이 있는 고이다. 치료되지 못할 우울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진리도 그를 치유하지 못한다는 절망감이 든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그 어떤 말도 위로되지 못한다. 우울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노력하라’는 충고는 의미 없을 수도 있다. 아직 필자가 내놓을 지혜로운 답변이 없다. 그래도 이런 친구에게 몇 마디만 하고 싶다.
‘자신을 둘러싼 부모와 형제, 지인이 이 세상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고 있다. 혹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부모와 형제들은 현 자신이 안고 있는 고통보다 몇 배 더 큰 고통을 안고 살게 된다. 견디기 힘든 그런 무미건조한 삶들이 인생의 민낯이다. 마음이 고플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영원히 배고프지 않을 행복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