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by 한희철 목사 2018.02.28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것은 하나의 인생을 만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시대, 다른 지역, 다른 배경,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을 통해서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을 마주할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책을 통해 만나는 삶을 통해서 책을 읽고 있는 내 삶을, 내 마음의 상태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이라는 책도 그랬습니다. 결코 많지 않은 사진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지나치다 싶으면 그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디인지 지명 정도를 밝히고 있는 책입니다.
사진 속에는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옵니다. 할머니의 모습은 언제라도 다소곳합니다. 무표정할 때가 많고, 드물게 환하게 웃을 때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옷을 갈아입혀 줄 때에는 소녀처럼 수줍음을 담아 해맑게 웃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젊었을 때는 얼마나 예뻤을까 싶을 만큼 세월에 잘 익은 단아한 모습입니다.
사진 속 할머니의 팔이나 다리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보면 할머니의 일상은 불안정해 보입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머리를 빗겨주고, 야간열차 맞은편 자리에서 잠을 자고, 나무 사이에 줄을 걸어 만든 빨랫줄에 흰머리를 빨래처럼 휘날리며 빨래를 너는 할아버지가 늘 옆자리를 지키고 있어 안도가 됩니다.
사진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캐러밴을 타고 여행 중입니다. 차를 몰고서 살고 있는 독일을 떠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둘러봅니다. 누군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행을 하면서 두 분이 보내는 시간을, 두 분의 마음이 담긴 표정과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아무 설명이 없는 사진 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전해 받을 수가 있지만, 책 앞쪽에 나오는 글과 뒤편 후기에 나오는 글을 보면 그동안 본 사진들이 문득 새로워집니다. 마치 별다른 생각 없이 두 사람과 여행을 같이 하고 나서 어떤 일을 계기로 화들짝 놀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진 속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재택 요양보호 서비스도 받지 않은 채 할머니를 돌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한 여행을 계획한 것이었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사진가가 동행을 하며 두 분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말을 잃은 할머니는 작은 수첩에 짧은 메모를 적는 것으로 간신히 의사소통을 이어갔습니다. 할머니가 쓰는 문장들은 대개 “하고 싶어” “해 줘”로 끝나는데, 대부분은 암호처럼 잘 알아볼 수 없는 단어들로 채워졌습니다.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어“라 쓴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쓴,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쓴 글씨가 책의 맨 처음 사진으로 실려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할머니가 쓴 글씨는 메아리가 되어 마음속으로 퍼져갔습니다. 할머니가 반복해서 쓴 글씨는 “내 곁에 있어줘”였습니다.
최근에 만난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이라는 책도 그랬습니다. 결코 많지 않은 사진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지나치다 싶으면 그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디인지 지명 정도를 밝히고 있는 책입니다.
사진 속에는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옵니다. 할머니의 모습은 언제라도 다소곳합니다. 무표정할 때가 많고, 드물게 환하게 웃을 때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옷을 갈아입혀 줄 때에는 소녀처럼 수줍음을 담아 해맑게 웃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젊었을 때는 얼마나 예뻤을까 싶을 만큼 세월에 잘 익은 단아한 모습입니다.
사진 속 할머니의 팔이나 다리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보면 할머니의 일상은 불안정해 보입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머리를 빗겨주고, 야간열차 맞은편 자리에서 잠을 자고, 나무 사이에 줄을 걸어 만든 빨랫줄에 흰머리를 빨래처럼 휘날리며 빨래를 너는 할아버지가 늘 옆자리를 지키고 있어 안도가 됩니다.
사진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캐러밴을 타고 여행 중입니다. 차를 몰고서 살고 있는 독일을 떠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둘러봅니다. 누군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행을 하면서 두 분이 보내는 시간을, 두 분의 마음이 담긴 표정과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아무 설명이 없는 사진 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전해 받을 수가 있지만, 책 앞쪽에 나오는 글과 뒤편 후기에 나오는 글을 보면 그동안 본 사진들이 문득 새로워집니다. 마치 별다른 생각 없이 두 사람과 여행을 같이 하고 나서 어떤 일을 계기로 화들짝 놀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진 속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재택 요양보호 서비스도 받지 않은 채 할머니를 돌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한 여행을 계획한 것이었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사진가가 동행을 하며 두 분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말을 잃은 할머니는 작은 수첩에 짧은 메모를 적는 것으로 간신히 의사소통을 이어갔습니다. 할머니가 쓰는 문장들은 대개 “하고 싶어” “해 줘”로 끝나는데, 대부분은 암호처럼 잘 알아볼 수 없는 단어들로 채워졌습니다.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어“라 쓴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쓴,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쓴 글씨가 책의 맨 처음 사진으로 실려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할머니가 쓴 글씨는 메아리가 되어 마음속으로 퍼져갔습니다. 할머니가 반복해서 쓴 글씨는 “내 곁에 있어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