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개+살구나무

개+살구나무

by 강판권 교수 2018.02.05

동물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간지(干支)는 인간이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간지의 ‘간’은 천간(天干)을 ‘지’는 지지(地支)를 의미한다. 따라서 간지는 인간이 동물을 하늘과 땅에 비유한 것이다. 하늘과 땅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응할 수 없고,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간은 십간(十干)으로, 지는 12지로 나누었다. 인간은 10간과 12지의 결합을 통해 60년을 주기로 삼았다. 2018년 무술년은 ‘개띠’의 해다. 개과의 개를 나타내는 한자는 견(犬), 구(狗), 술(戌), 교(狡) 등 다양하다. 개는 인간이 가장 먼저 가축으로 삼은 동물이다. 그래서 지금도 인간은 개를 아주 가까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무 중에서 개와 관련한 것은 장미과의 갈잎중간키나무 살구나무다. 살구(殺狗)는 ‘개를 죽인다’는 뜻이다. 중국 명대 이시진이 편찬한『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개가 살구 씨를 먹으면 죽을 수 있다. 개가 살구 씨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살구나무와 개가 사람과 밀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살구나무는 농촌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흔한 나무면서도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살 수 있는 나무다. 더욱이 살구나무는 성경에도 등장할 만큼 신성한 나무이기도 하다. 살구나무 중에서도 개살구나무가 있다. 식물의 이름 중 ‘개’는 ‘가짜’를 의미한다. 개살구나무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살구나무에 비해 열매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내가 개띠 해에 살구나무를 떠올리는 것은 살구나무의 열매인 행인(杏仁)처럼 모든 사람들이 착한 본성대로 살아가길 크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행인의 ‘인’은 ‘종자’를 뜻한다.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도 결국 인간의 착한 심성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착한 본성을 갖고 있지만 살면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악한 마음이다. 인간이 사악한 마음을 가지면 착한 본성이 드러나지 못한다. 본성이 가려지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판단력이 흐려져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살구나무는 술집을 의미한다. 술집 주변에는 언제나 살구나무가 살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살구나무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다. 살구꽃은 잎보다 먼저 핀다. 중국 춘추시대 말 공자는 살구꽃이 만발하면 제자들을 데리고 야외에서 수업했다. 그래서 살구나무가 있는 행단(杏壇)은 ‘공부하는 곳’을 의미한다. 공자시대의 야외 수업은 사물을 직접 보면서 얘기하는 과정이었다. 한 그루의 살구나무는 중요한 공부 대상이었던 것이다. 개든 살구나무든 존재 자체를 이해하는 과정이 곧 공부다. 사물의 실체를 이해하지 않으면 오해를 낳는다. 오해는 분쟁의 원인이다.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