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씨 다독이며
사랑의 불씨 다독이며
by 이규섭 시인 2017.12.29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은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의 땅 끝. 사각형 십자가 탑에 새겨놓은 16세기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의 시구가 땅 끝임을 확인시켜준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에 서니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아득한 대서양이 발아래 출렁인다.
15세기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은 망망대해 저 너머에 있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대항해를 시작하여 해양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시절의 영광은 쇠락했어도 대항해시대 출범의 닻을 올린 리스본 벨렝지구 등 유적엔 바다를 품은 역동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검푸른 바다 성난 파도와 싸우는 선원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선창가에서 부르는 ‘파두(Fado)’의 애잔한 가락도 들리는 듯하다. 포르투갈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파두의 선율엔 애틋한 그리움이 담겼다. 가난한 시절 목로주점에서 젓가락 장단에 맞춰 구성지게 뽑던 육자배기와 닮아 정겹다. 슬픔을 토해내듯 흐느끼는 선율에 절망 아닌 희망을 느낀다. 눈물을 흘린 뒤의 카타르시스처럼.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니 몇 해 전 들렸던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호카곶이 떠올랐다. 송년 모임 파한 뒤의 취기처럼 세상은 조금씩 흔들리고 허허로운 마음도 비틀거린다. 칼바람이 귀전에 잉잉거리고 일터가 있던 거리의 추억이 바람결에 스친다.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의 종종걸음처럼 한해의 마지막 시간은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끝은 시작과 동의어다. ‘애벌레에게 세상의 끝이 나비에게는 시작’이라는 말과 같이 한 해가 끝나는 지점은 새로운 한 해의 출발점이다. 졸업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 우리는 ‘끝’과 ‘시작’을 수 없이 되풀이 하며 산다. 사람마다 그 과정이 다를 뿐이다.
치열하고 창의적인 삶으로 명예와 부를 누린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병상에 누워 생의 마지막에 남겼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병석’이라 했다. ‘우리는 운전수를 고용하여 차를 운전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을 고용하여 돈을 벌게 할 수도 있지만, 고용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대신 앓도록 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제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음을 대신해 주는 사람은 없다.
그는 56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위의 갈채와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상실했다’면서 ‘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돈 버는 일 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그것은 인간관계일 수 있고, 예술일 수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일 수도 있다’며 생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생이란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사랑이다. ‘가족을 위한 사랑,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귀히 여기라.’고 강조했듯 사랑은 삶의 원천이다. 사랑의 불씨 다독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의 새해를 열었으면 한다.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은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의 땅 끝. 사각형 십자가 탑에 새겨놓은 16세기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의 시구가 땅 끝임을 확인시켜준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에 서니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아득한 대서양이 발아래 출렁인다.
15세기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은 망망대해 저 너머에 있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대항해를 시작하여 해양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시절의 영광은 쇠락했어도 대항해시대 출범의 닻을 올린 리스본 벨렝지구 등 유적엔 바다를 품은 역동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검푸른 바다 성난 파도와 싸우는 선원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선창가에서 부르는 ‘파두(Fado)’의 애잔한 가락도 들리는 듯하다. 포르투갈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파두의 선율엔 애틋한 그리움이 담겼다. 가난한 시절 목로주점에서 젓가락 장단에 맞춰 구성지게 뽑던 육자배기와 닮아 정겹다. 슬픔을 토해내듯 흐느끼는 선율에 절망 아닌 희망을 느낀다. 눈물을 흘린 뒤의 카타르시스처럼.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니 몇 해 전 들렸던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호카곶이 떠올랐다. 송년 모임 파한 뒤의 취기처럼 세상은 조금씩 흔들리고 허허로운 마음도 비틀거린다. 칼바람이 귀전에 잉잉거리고 일터가 있던 거리의 추억이 바람결에 스친다.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의 종종걸음처럼 한해의 마지막 시간은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끝은 시작과 동의어다. ‘애벌레에게 세상의 끝이 나비에게는 시작’이라는 말과 같이 한 해가 끝나는 지점은 새로운 한 해의 출발점이다. 졸업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 우리는 ‘끝’과 ‘시작’을 수 없이 되풀이 하며 산다. 사람마다 그 과정이 다를 뿐이다.
치열하고 창의적인 삶으로 명예와 부를 누린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병상에 누워 생의 마지막에 남겼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병석’이라 했다. ‘우리는 운전수를 고용하여 차를 운전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을 고용하여 돈을 벌게 할 수도 있지만, 고용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대신 앓도록 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제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음을 대신해 주는 사람은 없다.
그는 56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위의 갈채와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상실했다’면서 ‘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돈 버는 일 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그것은 인간관계일 수 있고, 예술일 수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일 수도 있다’며 생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생이란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사랑이다. ‘가족을 위한 사랑,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귀히 여기라.’고 강조했듯 사랑은 삶의 원천이다. 사랑의 불씨 다독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의 새해를 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