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만남은 절실해야 한다. 절실하게 산다는 것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성실해야만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모든 나무는 정말 절실한 자세로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열매를 맺는다. 차나뭇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차나무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만나는 나무다. 대부분의 나무는 꽃이 핀 후 열매를 맺기 때문에 꽃과 열매가 만날 수 없다. 그러나 차나무는 꽃이 핀 뒤 열매를 맺지만, 열매는 다시 꽃이 필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차나무를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부른다.
차나무는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나무다. 차나무처럼 한 그루의 나무가 누군가에게 엄청난 혜택을 준다는 것을 결코 쉽지 않다. 차나무가 그토록 위대한 것은 아마도 실화상봉하는 삶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꽃과 열매를 동시에 만나게 한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 때문일 것이다. 차나무의 실화상봉은 일 년 동안 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한 생명체가 스스로 거울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다른 사람을 거울삼아 살아간다.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돌아본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수동적인 삶에 지나지 않는다. 차나무처럼 능동적으로 스스로 거울을 만들 수 있다면 누구든 만족스러운 삶을 꾸릴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다른 사람을 바라볼 경우 그 사람의 단점을 보기 쉽다.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이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성찰하는 자는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본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단점이 없다. 단점과 장점은 바라보는 사람의 기준에 불과할 뿐,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단점은 특성이다. 특성을 단점으로 치환하는 습관은 불행의 씨앗이다. 한 존재의 특성은 곧 장점일 뿐이다.
차나무의 실화상봉은 차나무의 특성이다. 차나무는 하얀 꽃을 피운다. 차나무의 하얀 꽃은 하얀 구름을 닮은 꽃, 즉 ‘운화(雲華)’라 부른다. 차나무의 꽃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늦은 가을부터 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차나무 꽃은 결코 늦게 피는 것이 아니다. 차나무는 오로지 제 때 꽃을 피울 뿐이다. 차나무에 꽃이 필 때 열매를 함께 보는 순간 마치 삶과 죽음을 동시에 보는 것처럼 기분이 묘하다. 차나무의 열매는 꽃이 필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절실하게 기다린다. 차나무의 꽃은 열매를 보기 위해 절실하게 살아간다. 차나무의 열매는 꽃이 피는 것을 본 뒤에야 미련 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믿음 때문이다. 차나무는 자신을 철저하게 믿는 존재다.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많은 사회는 건강하다. 건강한 사회는 결국 건강한 국민만이 만들 수 있다. 실화상봉수 차나무는 인간에게 건강을 제공하는 위대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