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가장 좋은 선물

가장 좋은 선물

by 한희철 목사 2017.11.15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면 된다고 합니다. 그가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다’라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여겨집니다. 좋은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로워 보입니다. 저렇게 좋은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 부럽기까지 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친구를 만나는 법, 자연스레 내 존재의 모습과 내가 맺고 있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돌아보게 됩니다.
“잃어버린 친구를 대신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랜 벗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는 공통된 많은 추억들, 가령 함께 겪은 수많은 괴로운 시간들, 수많은 불화와 화해, 마음의 격동이 존재했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훌륭한 우정의 밑거름인 것이다. 참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오래지 않아 나무 그늘 밑에서 쉬기를 바란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친구에 관한 생텍쥐페리의 말도 마음에 새겨두고 싶습니다.
시인 구상과 화가 이중섭은 절친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가는 길은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격려하며 사는 삶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구상이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은 다들 병문안을 다녀갔는데, 이중섭은 오지를 않았습니다. 당연히 친구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던 구상은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뒤늦게야 이중섭이 구상을 찾아왔습니다. 구상은 내가 자네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며 늦게 온 친구에게 속상했던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이중섭은 미안하다며 손에 들고 온 무엇인가를 구상에게 내밀었습니다.
“실은 이것 때문에 늦었네. 자네한테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
이중섭이 건넨 꾸러미를 풀어보던 구상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중섭이 건넨 것은 그림이었기 때문입니다. 천도복숭아가 그려진 그림이었습니다.
“어른들 말씀에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자네도 이것을 먹고 어서 일어나게나.”
친구의 말을 들은 구상은 한동안 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가난하여 과일 하나 살 수 없었던 친구가 과일 대신 과일을 그림으로 그려서 가져오느라고 늦은 것이니,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알았네, 내 이 복숭아를 먹고 어서 일어날 걸세.”
구상은 이중섭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주잡는 두 사람의 손이 얼마나 따뜻했을까,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웠을까 흐뭇한 마음으로 짐작을 해봅니다.
가장 좋은 선물은 맛있고 값비싼 과일보다도 마음으로 전하는 선물입니다. 어쩌면 그보다 좋은 선물은 친구가 내미는 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