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풍악산을 건너다

풍악산을 건너다

by 김민정 박사 2017.10.23

내 속에 숨겨 놓은 피리 하나 꺼내들고
신명나게 불고 싶네 이 언덕에 서고 보니
동해도 만물상 앞에 옷깃을 여미고 있네

물은 같은 물이건만 위아래가 갈라져서
뱃길도 끊어지고 바람도 멈칫대니
흰 구름 서너 장 뜯어 종이배나 접을 거나

금강산 줄기 따라 남녘으로 내려가면
두고 온 고향 산천 품을 열어 반길 텐데
망양대 아무 말 없이 돌 속에 스민 가을
- 졸시, 「금강산에서」 전문

설악산이 한창 보기 좋게 가을 단풍이 들고 있다. 지금쯤 금강산의 다른 이름 풍악산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11년 전, 참 운 좋게 그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 뱃길도 아닌 육로로 판문점을 지나 금강산까지 다녀왔으니 말이다.
가을이면 풍악산이라 부르는 산. 단풍이 아름다워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보는 울긋불긋한 산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수석에 울긋불긋한 산수경이 풍악산을 닮아 있어 단시조를 한 편 쓰기도 했다. “말로는 형용 못할/ 돌빛으로 앉은 천 년// 수 만 번을 끌어안아/ 다듬어 낸 모서리들// 파도가/ 왔다간 흔적/ 단풍 물도 환하다” - 「풍악산을 건너다」 전문.
내가 금강산에 갔을 때는 2006년 1월 초순으로 한겨울이었는데, 눈도 별로 없었고, 햇살이 봄볕처럼 따스한 날이었다. 일만 이천이나 된다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아주 잘 보이고 원경으로 펼쳐진 천선대도 아름다웠다. “펼쳐 놓은 산천이야/ 접을 수가 없다지만// 펼쳐 놓은 마음 또한/ 접을 수가 없다면은// 매력도/ 아주 큰 매력/ 숨긴 것이 틀림없어//” - 「천선대 능선」 전문이다. 금강산을 다녀오고 그곳의 아름다움을 단시조와 연시조로 여러 편 썼다.
망양대에 가는 길에는 만물상이 있다. 만물상은 바위들이 만 가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의 여러 형상도 아름다웠다. 그곳을 오르기 위해 옥류동 골짜기를 거쳐 갔는데, 흐르는 물은 겨울이라 얼음이 덮여 있었는데 물이 얼마나 맑으면 얼음조차 옥빛일까 하고 감탄했었다.
조운의 시조로 유명한 ‘구룡폭포’는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 가운데 하나이며 금강산의 제일, 최대의 폭포라고 한다. 폭이 4m, 길이가 74m나 되는 폭포이고, 옆에는 해강 김규진이 한자로 썼다는 미륵불(彌勒佛) 세 글자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폭포 너머 뒤쪽에 보이는 암벽이 미륵불이고, 폭포 양쪽의 암벽에도 자연적인 협시보살상이 있다고 한다. 단풍이 한창 아름다울 풍악산, 언제쯤이면 우리는 자유롭게 직접 가서 감상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