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일상의 소소한 행복

일상의 소소한 행복

by 이규섭 시인 2017.09.29

행복은 긍정에서 싹트고 불행의 덫은 불만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빛은 사슴을 닮았다. 영혼은 바람처럼 자유롭고 감성은 아침이슬 머금은 구절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해 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누린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휘게(Hygge)다. 행복지수 상위권인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휘게는 덴마크 말로 ‘안락함’ ‘아늑함’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너 가지 요리를 만들어 함께 먹고 은은한 촛불 아래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정겹고 아늑한 삶의 풍경이다. 담백하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린다. 덴마크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정책 영향이 크다. 많게는 수입의 65%, 적게는 35% 세금을 내고 누리는 복지의 가치다.
휘게는 우리가 추구하는 힐링이나 욜로와는 차이가 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은 뒤집어보면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고 지쳐 있다는 반증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는 재미의 추구이자 개인의 삶 위주다. 휘게는 가족, 친구, 동료와 감성을 공유하며 누리는 소소하지만 넉넉한 일상의 행복이다.
행복은 넝쿨째 굴러오는 게 아니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이 들어 손자와 어울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늘 가슴 설렌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소년 시절의 꿈의 실현이라 생각하면 여간 감사한 게 아니다. 지인들과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건강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그 또한 행복이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매거진 ‘헤이데이’가 공동 조사한 ‘대한민국 중장년 일상의 행복’ 리서치는 색다르다. 행복과 관련된 리서치 대부분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는 감정 체크 위주다. 이번 조사는 실시간 감정 상태와 기분 등을 체크하여 일상에서의 행복을 수치화했다.
‘언제 기분이 좋고, 행복감을 느끼는지’ 시간대별로 체크한 결과 저녁 7∼9시에 가장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함께 있는 저녁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대임을 확인시켜 준다. ‘저녁이 있는 삶’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7∼10시 사이의 행복도가 낮았다. 요일별로는 토요일이 가장 행복하고 월요일의 행복지수는 낮았다. 일상에서 행복해지려면 스트레스도 긍정해야 하고 월요일엔 무조건 참는 게 약이라고 제시한다.
리서치를 주관한 최인철 서울대 교수(사회심리학)는 “행복감이 높은 활동인 여행, 여가, 취미 활동 시간을 늘리고, 행복감이 떨어지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업무적 만남,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라”고 권한다. 그 가운데 여행은 최고의 행복감을 주는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국민 여행실태 조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열흘간의 황금연휴 시작이다.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안락하고 아늑한 공간을 찾아 소중한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