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진정한 지도자

진정한 지도자

by 한희철 목사 2017.05.10

지극히 사사로운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어 조심스럽습니다. ‘아름다운 사회’에 쓰는 제 칼럼은 매주 수요일에 실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요일 오전까지는 원고를 보내야 합니다. 시간에 쫓겨 쓰는 글은 여유가 없다 싶고, 편집자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려는 마음도 있어 가능하면 원고를 하루나 이틀 전에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토요일에 쓰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사로운 일을 굳이 밝히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직 대통령 선거를 마치지 않은 때이고, 이 글이 실리는 때는 선거를 마친 때가 되는 것이지요.
구약성서 사사기에는 나무들의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드온이 아내가 많아 그 아들이 모두 칠십 명이었는데, 그 중 세겜 여자에게서 난 아비멜렉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죽자 자기가 왕이 되고 싶어 그럴듯한 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은 일흔 냥으로 건달과 불량배를 고용하여 자기를 따르게 합니다. 그런 뒤 자기 형제 일흔 명을 한 바위 위에서 모두 죽이고 왕이 됩니다. 단 한 사람 기드온의 막내아들 요담이 숨어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는데, 요담은 산꼭대기에 서서 나무들의 왕 이야기를 세겜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하루는 나무들이 왕을 세우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먼저 올리브 나무에게 가서 왕이 되어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올리브 나무는 “내가 어찌 하느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내는 일을 그만두고 가서 다른 나무들 위에서 날뛰겠느냐?” 하며 거절을 합니다. 이번에는 무화과나무를 찾아가 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무화과나무는 “내가 어찌 달고 맛있는 과일 맺기를 그만두고 가서, 다른 나무들 위에서 날뛰겠느냐?” 하며 거절합니다. 다음에는 포도나무를 찾아갔지만 포도나무의 대답도 같았습니다.
그러자 나무들은 가시나무를 찾아가 부탁을 하는데, 가시나무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너희가 정말로 나를 왕으로 삼으려면 와서 내 그늘 아래로 피하여 숨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가시덤불에서 불이 뿜어 나와서 살라 버릴 것이다.” 요담이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아비멜렉이야말로 가시나무였던 것입니다. 전혀 자격 없는 자가 나선 것이었지요.
스스로 왕이 된 아비멜렉은 이스라엘을 세 해 동안 다스리는데, 그 기간은 결코 평화롭지 못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에는 미움과 갈등이 생기게 되고 아비멜렉은 세겜의 성을 공격합니다. 세겜 사람들이 지하 동굴로 숨자 동굴 입구에 장작을 쌓은 뒤 불을 질러 무려 천 명을 몰살시킵니다. 아비멜렉 또한 한 여인이 성 위에서 내리 던진 맷돌에 머리를 맞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하지만,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서 선택이 됩니다. 가시나무와 같은 사람을 지도자로 뽑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이 글이 실릴 때쯤엔 진정한 지도자가 선출되어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