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마음의 창을 열고

마음의 창을 열고

by 이규섭 시인 2017.05.05

황금연휴, 직장인의 예상 지출은 얼마나 될까.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51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연휴가 길어진 만큼 지난해보다 31.6%(12만4000원) 늘었다. 그 가운데 어버이날 지출비용이 평균 27만2000원으로 가장 많다. 현금이나 건강보조식품 등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선물, 부부(성년)의 날 외식 등 써야 할 돈이 줄줄이 사탕이다. 국내외로 여행을 떠난 직장인 가장은 가족의 행복지수를 높이려 카드를 열심히 긁을 것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을 맡길 곳이 없어 황금연휴가 ‘황당연휴’라며 울상을 지었다.
자식들 따라 여행을 떠나거나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은 행복하다. 노인 인구 700만 명 가운데 얼마나 될 것인가. 노인복지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탑골공원에서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노인들도 부지기수다. 노인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면서 세대 간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진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벌레)’ 취급까지 하니 늙은 게 무슨 죄인가. 노인이 노인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는 여론조사도 있어 이래저래 늙으면 서럽다.
인간관계도 나이 들면 변하기 마련이다. 지연과 학연, 직장 등 번잡스러운 관계를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실속파가 있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을 통해 대인관계의 폭을 넓히는 오지랖 넓은 활동파도 있다. 필자는 인위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하기보다 물 흐르듯 순리에 맡기는 편이다. 세월의 지우개가 소중했던 인연을 기억 저편으로 하나씩 지워간다.
나이와 함께 삼가야 할 것은 정치이야기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사회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가족과 친구 사이에도 편이 갈린다.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탓에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합일점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주장만 펴다가 목청을 높이거나 삐치기 일쑤다. 주장이 강하면 상대방을 질리게 한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에선 정치색을 드러내는 대화를 가능하면 자제하자고 다짐했다. 털어놓지 않고는 병이 생길 정도면 한 가지 내용에 1만 원씩 술값을 보태면 들어주겠다며 웃었다.
나이 들면 쓸데없는 옹고집에 까탈을 부리기 쉽다. 매사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느긋해져야 스스로 덜 피곤해진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안부지족의 삶을 누리는 게 노후 행복의 비결이다. 비교 기준에 따라 행복감도 달라진다. 은메달을 딴 사람보다 동메달을 딴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은메달을 딴 사람은 기준을 금메달에 두고, 금메달을 못 딴 것을 아쉽게 생각하지만, 동메달을 딴 사람은 메달도 못 딴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다. 돈은 많아도 바들바들 떠는 스크루지 같은 영감보다 여윳돈은 많지 않아도 술값을 선뜻 계산하는 노인이 더 행복하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아 잡동사니 상념들이 스쳐 간다. 눈길 닫는 곳마다 꽃이진 자리에 초록빛 향연이 싱그럽다. 초록빛 잎 새에 찰랑찰랑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시다. 창문을 열어 탁한 공기를 환기시키듯, 마음의 창을 열고 생각의 갈피들을 초록빛으로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