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
초행길
by 권영상 작가 2017.05.04
지난 토요일, 아는 분의 혼사가 전주에서 있었지요. 전주는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초행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차를 가져가야 할 사정이 있어 나는 그쪽 길을 잘 아는 분에게 묻고, 또 인터넷 지도도 몇 번 살폈습니다. 토요일이라 해도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길이라네요. 나는 그 3시간 거리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선뜻 나섰지요. 그때가 아침 8시. 나는 내비게이션을 믿고 달렸습니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선지 거의 1시간 20여 분 만에 천안에서 논산천안고속도로로 바꾸어 탔습니다. 거기서부터 두 번인가 톨게이트를 들고나는 초행의 노고 끝에 멀쩡히 가던 논산천안고속도로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판단하고 고려할 여유도 없이 내 앞에 닥친 길을 달려나간 실수였습니다.
처음엔 '내비만 믿고 가는 거지,' 그러다가 차츰 용감해지면서 인터넷이나 남에게 들은 정보로 길을 판단하고 선택했습니다. '길 잘못 들면 되돌아오면 되지 뭔 걱정이야,' 그렇게 배짱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2시간 50분이면 도착한다던 시간은 이미 지났고, 시간은 점점 촉박해졌습니다.
논산을 지나고 전주라는 표식이 나타나면서부터 초조하던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지요. 마음을 편히 먹으며 생각해 보니 내가 살아온 인생도 초행길이었습니다. 하기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길은 모두 초행길지요. 인생의 초반에는 세상일의 두려움을 몰랐으니 그 길에 선뜻 올라섰겠지요. 허풍도 있었고, 패기도 있었고, 그래서 곧잘 인생에 대한 장담도 했을 테지요. 잘못 간다고 생각했을 땐 질주를 멈추고, 고민하거나 가까운 친구들의 충고에 귀 기울였겠지요. 그러나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오면서도 끝내는 나의 판단으로 길을 선택했던 것처럼 나는 스스로의 길을 내며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몇 권의 인생록에 의지해 걸어온 우리의 인생이란 참 멀고 고단한 길이었네요. 또한 의문투성이 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진정 나의 길인지 아니면 우연한 일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의 꿈은 아버지처럼 풍족하지 않아도 농토에 매달려 사는 것이었지만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몸담아 산 지 오래됐습니다. 나는 지금 바른 길을 가는 건가요? 예측했던 그 시간대에 그 장소를 통과하고 있는 건가요? 비틀거리며 걷거나 지나간 길을 헛되어 되돌아가느라 뒤처져 가는 건 아닌가요. 나는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그중 한 길을 선택하느라 수없이 갈등하고, 망설였지요.
그래서 나는 간신히, 예식 시간에 맞추어 전주에 도착했습니다. 일은 잘 마쳤습니다. 예식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그 한 시간의 일을 마치고 오던 길을 되짚어왔습니다.
참 놀라운 일이지요. 내려갈 때 4시간 20여 분 걸리던 길을 올라올 때는 3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갈 때와 달리 길은 너무도 쉽고 뻔했습니다. 이렇게 쉽고 뻔한 길을 내려갈 때는 너무 힘들게 갔지요. 초행길이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렵고, 멈칫거리고 후회되는 길이지요. 한 번 더 가보면 쉬운 길인데 말이지요. 인생이 힘들다 힘들다 하는 건 그러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너무도 낯선 초행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선지 거의 1시간 20여 분 만에 천안에서 논산천안고속도로로 바꾸어 탔습니다. 거기서부터 두 번인가 톨게이트를 들고나는 초행의 노고 끝에 멀쩡히 가던 논산천안고속도로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판단하고 고려할 여유도 없이 내 앞에 닥친 길을 달려나간 실수였습니다.
처음엔 '내비만 믿고 가는 거지,' 그러다가 차츰 용감해지면서 인터넷이나 남에게 들은 정보로 길을 판단하고 선택했습니다. '길 잘못 들면 되돌아오면 되지 뭔 걱정이야,' 그렇게 배짱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2시간 50분이면 도착한다던 시간은 이미 지났고, 시간은 점점 촉박해졌습니다.
논산을 지나고 전주라는 표식이 나타나면서부터 초조하던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지요. 마음을 편히 먹으며 생각해 보니 내가 살아온 인생도 초행길이었습니다. 하기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길은 모두 초행길지요. 인생의 초반에는 세상일의 두려움을 몰랐으니 그 길에 선뜻 올라섰겠지요. 허풍도 있었고, 패기도 있었고, 그래서 곧잘 인생에 대한 장담도 했을 테지요. 잘못 간다고 생각했을 땐 질주를 멈추고, 고민하거나 가까운 친구들의 충고에 귀 기울였겠지요. 그러나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오면서도 끝내는 나의 판단으로 길을 선택했던 것처럼 나는 스스로의 길을 내며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몇 권의 인생록에 의지해 걸어온 우리의 인생이란 참 멀고 고단한 길이었네요. 또한 의문투성이 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진정 나의 길인지 아니면 우연한 일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의 꿈은 아버지처럼 풍족하지 않아도 농토에 매달려 사는 것이었지만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몸담아 산 지 오래됐습니다. 나는 지금 바른 길을 가는 건가요? 예측했던 그 시간대에 그 장소를 통과하고 있는 건가요? 비틀거리며 걷거나 지나간 길을 헛되어 되돌아가느라 뒤처져 가는 건 아닌가요. 나는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그중 한 길을 선택하느라 수없이 갈등하고, 망설였지요.
그래서 나는 간신히, 예식 시간에 맞추어 전주에 도착했습니다. 일은 잘 마쳤습니다. 예식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그 한 시간의 일을 마치고 오던 길을 되짚어왔습니다.
참 놀라운 일이지요. 내려갈 때 4시간 20여 분 걸리던 길을 올라올 때는 3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갈 때와 달리 길은 너무도 쉽고 뻔했습니다. 이렇게 쉽고 뻔한 길을 내려갈 때는 너무 힘들게 갔지요. 초행길이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렵고, 멈칫거리고 후회되는 길이지요. 한 번 더 가보면 쉬운 길인데 말이지요. 인생이 힘들다 힘들다 하는 건 그러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너무도 낯선 초행이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