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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마케팅

불안마케팅

by 이규섭 시인 2017.04.21

불안마케팅은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여 이득을 취하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불법이나 사기행위가 아니라는 전제가 붙어야 용인된다. 가령 ‘떴다방’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허위 과장광고로 의료기의 효능을 속이고 건강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가격을 부풀리며 충동구매를 하게 만드는 건 사기행위다. 불안마케팅이 학부모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엄격한 기준과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공동으로 서울의 학원 밀집 지역의 입시와 보습학원을 점검한 결과 자유학기제를 이용한 광고와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불안마케팅 광고를 한 학원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한다. ‘중1 성적이 대입을 좌우한다! 그러나 중1 자유학기제라 자기 성적을 모른다’, ‘자유학기제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라는 말에 속아 1년을 헛되게 보내지 말자’ 등 자유학기제 기간에 지필고사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불안감을 부추기는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지난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가지게 한다는 취지다. 필자도 미디어 강사로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했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시험이 없으니 공부를 제대로 할지 불안하다. 그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 학원 불안마케팅이다.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중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강좌는 ‘초등영어’인데 학습 수준은 ‘고등학교 3학년∼수능 이상’으로 표시한 경우도 있다. 학부모들은 불안과 경쟁 심리를 자극한 광고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학원 한쪽에서는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또 다른 학원에서는 선행학습의 부작용을 교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 사교육의 웃지 못할 현상이다. ‘키즈 스피치’ 학원에서는 화법(話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말 발음이나 어순을 교정시킨다고 한다. 영어유치원과 해외연수 등 영어를 자주 쓰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정작 우리말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이 등록한다.
"엄마, 나 먹었어. 밥을" 영어식 어순에 “지금 time 몇 시야” 영어 단어를 섞어 쓰는 게 예사라고 한다. 수업을 “슈업”으로, 라면을 “롸면”으로 발음한다니 모국어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를 배워 어쩌자는 것인가.
부모들은 지나친 사교육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내 아이만 안 시키면 어쩌나” 불안 심리로 불안마케팅의 낚싯줄을 덥석 물게 된다. 선행학습은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을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는데 부모가 윽박질러 보낸다고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학교에 들어간 뒤 아이가 소질이 있는 분야를 찾아 가르치는 방법은 권장할만하다.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의 경우 취약한 과목 중심으로 사교육을 통해 보충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직업 환경이 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한 부모들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