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소나무와 소, 나무

소나무와 소, 나무

by 강판권 교수 2017.04.17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나무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은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사회의 각종 대형 이슈 때문에 소나무의 위기에 대해서는 산림청과 산하 기관을 제외하면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소나무의 위기는 더욱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나는 2013년에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를 통해 소나무와 조선시대 병선 관계를 조명했다. 조선시대의 병선은 모두 소나무로 만들었다. 그래서 소나무가 없었다면 한반도를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소나무와 관련해서 소나무가 사라질 경우 한반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내가 소나무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소나무가 사라지면 소나무의 물질 가치는 물론 소나무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 등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지면 소나무와 관련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재선충을 방지하는 작업과 함께 소나무의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도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소나무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소나무와 나와의 관계 때문이다. 나는 평소 소나무의 ‘소’와 동물의 ‘소’처럼 같은 음을 가진 것에 관심을 크게 둔다. 나는 어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자의 음에 관심을 가진다. 소나무의 소와 동물의 소를 연결시키면 소나무가 나 자신으로 변한다. 왜냐하면 내가 ‘소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황당한 발상은 일종의 언어유희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동물 소가 지닌 의미와 연결시키면 의외로 나름대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소는 불교에서 ‘마음’을 뜻한다. 그래서 불교의 사찰 대웅전이나 나한전에는 소를 찾는 이른바 ‘십우도(十牛圖)’ 혹은 ‘심우도(尋牛圖)’를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소를 찾는 과정은 곧 자신의 마음, 즉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마음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것을 이루는 주체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마음과 같은 존재다. 만약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진다면 곧 우리의 마음을 잃어버릴 것이다.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 전국의 나무 천연기념물 중에서도 소나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소나무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삶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재선충은 더 이상 천연기념물 소나무를 탄생시키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 민족의 삶과 같이한 소나무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나의 이러한 불길한 예측이 그냥 예측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라지만, 소나무의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소나무의 심각성을 깨닫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재선충은 단순히 산림청만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단계를 넘었다. 범국가적인 지원 없이는 도저히 문제를 막을 수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다시 소나무 관련 책을 준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