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가끔가끔

가끔가끔

by 김민정 박사 2017.04.10

허물 벗은 매미처럼 촉촉하게 청초하게
그대의 심장 속에 붉은 피로 돌고 있는
고 작은
은빛 꽃씨 하나
채송화로 나는 핀다

처음 스친 손길처럼 처음 나눈 입맞춤처럼
서로의 존재감을 묻고 있는 이 봄날
저 들녘
아지랑이 속
아롱아롱 너는 핀다
- 졸시, 「가끔가끔」

계절의 질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세상의 진리를 배우게 된다. 자연의 질서에는 앞다툼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사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서는 바뀜이 없다. 모든 계절은 자기 순서에만 온다.
그 질서가 어디 계절뿐인가? 꽃들도 앞다투어 피지 않는다. 매화꽃보다 개나리꽃이 먼저 피지 않고, 개나리보다 먼저 벚꽃이 피지도 않는다. 제철을 모르고 피었다가는 된서리를 맞기 때문이다. 땅이 기른 대로 하늘이 준 대로 땅의 숨결과 하늘의 숨결을 지키며 그저 순리에 따른다.
그렇게 순리를 지키며 가는 모든 생명체는 각각 소중하다. 그러기에 누가 먼저이고 나중이라는 생각이어서는 안 된다. 먼저 꽃이 피었다고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늦게 꽃을 피웠다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꽃이 크고 화려하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꽃이 작고 화려하지 않다고 투덜거릴 일도 아니다. 들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모두 그들만의 생명을 지니고 있고, 모든 생명의 값은 똑같기 때문이다.
크고, 작고, 화려하고, 소박하고, 서로가 다른 색상을 지니며, 이렇게 서로 다른 것에서 세상은 조화를 이루게 된다. 적당하게 조화를 이룰 때 세상은 아름답다. 세상의 파괴는 조화를 무시하고 깨는 것에서 온다. 튀는 데서 온다. 생각의 색깔이 달라, 그 모습이나 행동이 튀면 다른 사람 눈에 쉽게 띌 수는 있지만 조화를 이루기는 힘들다.
크고 작음, 화려함과 소박함, 높음과 낮음, 깊음과 얕음, 밝음과 어둠은 서로 대비되는 말일 뿐이다. 이들이 서로 어울려 빚어내는 것이 조화다. 이 속에서 빚어낸 조화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계절이 순서를 지키고, 꽃들도 순서를 지켜 피는 것처럼 앞다투어 피려고 하지 말고, 너무 튀려고도 하지 말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다.
세상을 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고 자기 가치가 맞다고 남들에게 강요하거나 강제적으로 그 가치를 주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진선미(眞善美)이다. 여기에서 선과 악, 미와 추에 앞서는 것이 참됨과 거짓됨을 따지는 진위(眞僞)이다. 아무리 높은 선이라도 거짓이 들어가 버리면 그 순간 위선이 된다. 그리고 아름다움에도 거짓이 들어가면 위장이 되어 거짓 꾸밈이 된다. 그래서 진선미(眞善美) 중에 진(眞)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어떠한 행위라도 참에서 출발하기만 하였다면 그 가치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생각도 늘 참이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당장은 예쁘지 않고 유치해 보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세상의 모든 것이 소중해 보인다. 구태여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앞다투어 피지 않아도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을 볼 줄 아는 참된 눈을 가진 당신 또한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