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by 한희철 목사 2017.03.22

얼마 전 한 지인이 책을 한 권 보내주었습니다. <행복한 청소부>라는 책이었습니다. 마치 독일 병정이 썼음직한 철 모자를 머리에 쓰고, 사다리와 비를 손에 들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청소부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 얇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받으며 문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어른에게 그림 동화책을 선물로 전하다니 말이지요.
독일의 한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청소하고 있는 거리는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였습니다. 거리에 있는 표지판은 금방 먼지가 끼어서 닦았다 싶으면 이내 더러워지곤 했습니다. 그래도 청소부 아저씨는 행복한 마음으로 자기가 맡은 거리와 표지판들을 사랑하며 표지판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표지판을 닦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다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저것 좀 보세요. 글루크 거리래요. 저 아저씨가 글자의 선을 지워버렸어요!” 아이가 그렇게 말했던 것은 독일어로 ‘글루크’는 아무 뜻이 없지만, ‘글뤼크’는 ‘행복’이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엄마가 아이에게 일러줍니다. “그렇지 않아. 글루크가 맞단다. 글루크는 작곡가 이름이야. 그 이름을 따서 거리의 이름을 붙인 거란다.”
아이를 통해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글루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그는 자신이 청소하는 거리에 있는 음악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정장을 하고 음악회에 참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는 레코드플레이어를 사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그들의 곡을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작가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그들이 쓴 책을 빌려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은 이해가 될 때까지 읽었습니다. 마침내 청소부 아저씨는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일을 할 때마다 그는 마음에 든 구절들을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음악가들의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기도 했습니다. 음악가와 작가에 대한 이해는 갈수록 깊어졌고, 그는 표지판을 닦을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한 강의를 계속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청소부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자기 반 학생들과 함께 와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일을 마치고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청소부 아저씨에게 박수를 쳤습니다. 방송국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도 많아졌고, 네 군데 대학에서는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청소부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일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을 청소부 아저씨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