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랑, 자락길 걷기
봄바람 살랑, 자락길 걷기
by 안양교차로 2017.03.10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고 이성부 시인은 ‘봄’을 노래했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게 마련인데, 느리게 느껴지는 것은 겨울의 잔해를 훌훌 털고 종종걸음으로 오기를 바라는 조급함 때문이다. 반짝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려도 남녘의 꽃소식과 함께 봄은 아지랑이를 이고 봄 처녀처럼 설렘으로 다가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봄바람 살랑거리는 봄 길을 걸으면 활력이 솟는다. 국립공원이나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어떤가. 집 근처 공원도 좋고 아파트 주변 산책로나 햇살 두터운 골목을 걸어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올 들어 늘 가던 근린공원보다 새로 생긴 자락길 걷기에 푹 빠졌다. 요즘 지자체마다 자락길 조성이 크게 늘었다. 산자락의 자락을 뜻하는 자락길은 경치 좋은 관광명소 주변은 물론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주택가 인근 산자락에 평균 경사율 8% 이내로 목재 테크로드를 설치한 산책로다. 노약자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어 ‘장애 없는 숲길’이라고도 한다.
우리 동네 능골자락길은 2.4㎞다. 근린공원 언덕에서 출발하여 내리막길을 살짝 벗어나 첫 번째 고갯마루 들머리가 출발점이다. 갈 때는 고갯마루 흙길로 간다. 봄이면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동산이다. 언덕에 작은 정자가 쉼터 구실을 한다. 오류중학교 방향으로 80m 내려가면 1998년 서울대 조사단이 발굴한 ‘고척동 고인돌’을 철망울타리로 보호해 놓았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증거다. 간이 정자에서 마주 보는 팔각 능골정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양지쪽 매화나무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었다.
능선길 오른쪽 산허리로 자락길이 이어진다. 산모퉁이를 돌면 양천구 신정배수지다 언덕을 깎아 체육시설을 설치해 놓았고 뒤쪽 인조 잔디 축구장은 겨울에도 푸르다. 배수지 언덕을 끼고 계남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면 약수터다. 플라스틱 바가지로 물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계남공원은 구로올레길 산림형1코스 출발점이다. 그곳에서부터 나는 자락길로 접어든다. 산허리를 돌아 축구장 앞까지는 양천구청이 몇 해 전에 이미 조성해놓았다. 능골자락길과 이어져 두 개 지자체를 넘나든다.
능골산이 예전엔 제법 높았던 것 같다. 산자락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0호로 지정된 함양여씨(咸陽呂氏) 묘역이 넓다. 자락길 아래도 비석과 문인석을 세운 묘역이 몇 곳 있는 걸 보면 풍수지리상 명당이었던 같다. 커다란 참나무와 아카시아는 베지 않고 자락길에 구멍을 내 살려 운치를 더한다. 군데군데 비를 피하는 휴식공간도 마련해놓았다.
평일 낮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나무 의자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노인도 가끔 본다. 끝이 뾰족한 스틱으로 목재 테크를 콕콕 찍고 지나는 노인을 보면 조심스럽게 주의를 환기시킨다. 한 바퀴 돌아오면 한 시간 걸린다. 근린공원 언덕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런닝이 흠뻑 젖는다. 힐링이 별건가. 걷기만 해도 심신에 봄기운이 가득 스며든다.
올 들어 늘 가던 근린공원보다 새로 생긴 자락길 걷기에 푹 빠졌다. 요즘 지자체마다 자락길 조성이 크게 늘었다. 산자락의 자락을 뜻하는 자락길은 경치 좋은 관광명소 주변은 물론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주택가 인근 산자락에 평균 경사율 8% 이내로 목재 테크로드를 설치한 산책로다. 노약자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어 ‘장애 없는 숲길’이라고도 한다.
우리 동네 능골자락길은 2.4㎞다. 근린공원 언덕에서 출발하여 내리막길을 살짝 벗어나 첫 번째 고갯마루 들머리가 출발점이다. 갈 때는 고갯마루 흙길로 간다. 봄이면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동산이다. 언덕에 작은 정자가 쉼터 구실을 한다. 오류중학교 방향으로 80m 내려가면 1998년 서울대 조사단이 발굴한 ‘고척동 고인돌’을 철망울타리로 보호해 놓았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증거다. 간이 정자에서 마주 보는 팔각 능골정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양지쪽 매화나무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었다.
능선길 오른쪽 산허리로 자락길이 이어진다. 산모퉁이를 돌면 양천구 신정배수지다 언덕을 깎아 체육시설을 설치해 놓았고 뒤쪽 인조 잔디 축구장은 겨울에도 푸르다. 배수지 언덕을 끼고 계남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면 약수터다. 플라스틱 바가지로 물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계남공원은 구로올레길 산림형1코스 출발점이다. 그곳에서부터 나는 자락길로 접어든다. 산허리를 돌아 축구장 앞까지는 양천구청이 몇 해 전에 이미 조성해놓았다. 능골자락길과 이어져 두 개 지자체를 넘나든다.
능골산이 예전엔 제법 높았던 것 같다. 산자락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0호로 지정된 함양여씨(咸陽呂氏) 묘역이 넓다. 자락길 아래도 비석과 문인석을 세운 묘역이 몇 곳 있는 걸 보면 풍수지리상 명당이었던 같다. 커다란 참나무와 아카시아는 베지 않고 자락길에 구멍을 내 살려 운치를 더한다. 군데군데 비를 피하는 휴식공간도 마련해놓았다.
평일 낮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나무 의자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노인도 가끔 본다. 끝이 뾰족한 스틱으로 목재 테크를 콕콕 찍고 지나는 노인을 보면 조심스럽게 주의를 환기시킨다. 한 바퀴 돌아오면 한 시간 걸린다. 근린공원 언덕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런닝이 흠뻑 젖는다. 힐링이 별건가. 걷기만 해도 심신에 봄기운이 가득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