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행
봄 여행
by 권영상 작가 2017.03.09
아파트 뒷길에 하얀 캠핑 트레일러가 몇 달째 서 있습니다. 지붕이 타원처럼 둥글고, 창문은 양옆과 뒤쪽에 하나씩 나 있지요. 그 곁을 지날 때면 괜스레 나도 캠핑 트레일러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하곤 합니다.
“봄도 오는데 우리도 어디 여행 갈까?”
추위가 한풀 꺾여가는 어느 날, 아내에게 불쑥 그 말을 했습니다. 내 말에 아내가 ‘우리도 라니? 누가 봄 여행을 가는데?’하고 물었지요. 나는 길에서 본 그 눈부시도록 하얀 캠핑 트레일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슨 한가한 여행 타령이냐던 아내가 그날부터입니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 여행할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려수도 어때? 충무에서 여수로 가는 봄바다 여행!” 아내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또 물었지요. “한려수도가 그렇다면 통영 바다는? 돌아다니지 말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 싫도록 바다를 보고 오는 거야. 어때?” 그러더니 동백꽃이 좋다는 어느 섬을 들먹였지요. 가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가봤으면 하는 남쪽의 어느 바다를 주워섬기는 듯했습니다.
근데 아내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괜히 좀 미안해졌습니다. 가봤으면 하는 그곳 여행을 못 시켜주는 내가 딱했습니다. 그 며칠 뒤 나는 마음을 먹고 아내를 불렀지요.
“말 나온 김에 우리 통영 바다 보고 오자. 케이티엑스타고.”
그쪽으로 아주 모든 결론을 낸 것처럼 나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통영은 무슨.” 아내는 그냥 해 본 말이라며 물러섰습니다.
요 며칠 사이, 창밖으로 내리는 햇빛에 봄이 묻어있습니다. 바깥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고 해도 봄빛은 봄빛입니다. 마음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거실문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당신, 해외여행 하고 싶은 나라 없어?” 컴퓨터 앞에 눌러앉은 아내가 불쑥 그걸 물었지요. 나는 지난번 아내가 내게 했듯이 “해외여행은 또 무슨 해외여행!” 하고 웃어넘겼지요.
“베트남 다낭 어때? 당신 안 가봤잖아.” 아내가 물었습니다. “미얀마도 미개척지라 괜찮다던데.” 그러더니 “윈난성의 다리 고성은? 영화 ‘호우시절’에 나오던 두보초당도 볼만하다는데.” 그러더니 또 인도의 뭄바이와 인도 남부의 고아를 들먹입니다.
“아, 스페인이다!”
한참 만에 아내는 결단을 내린 듯 스페인을 외쳤습니다. 거기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톨레도 세비야 그라나다를 열거합니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군침이 도는, 정말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들입니다. 안 가면 혼자라도 가겠다는 아내의 말은 단호했지요. 비용이 많이 들 텐데, 하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속으론 말로만 한번 해보는 여행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아내는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습니다. 스페인까지 14시간이나 걸린다며 나이 더 먹기 전에 가야 한다느니, 피카소 미술관 달리 미술관을 자꾸 들먹입니다. 뭔 일이 나도 날 것 같습니다. 괜히 시작해놓은 봄 여행이 이렇게 번질 줄은 정말 몰랐네요.
“봄도 오는데 우리도 어디 여행 갈까?”
추위가 한풀 꺾여가는 어느 날, 아내에게 불쑥 그 말을 했습니다. 내 말에 아내가 ‘우리도 라니? 누가 봄 여행을 가는데?’하고 물었지요. 나는 길에서 본 그 눈부시도록 하얀 캠핑 트레일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슨 한가한 여행 타령이냐던 아내가 그날부터입니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 여행할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려수도 어때? 충무에서 여수로 가는 봄바다 여행!” 아내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또 물었지요. “한려수도가 그렇다면 통영 바다는? 돌아다니지 말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 싫도록 바다를 보고 오는 거야. 어때?” 그러더니 동백꽃이 좋다는 어느 섬을 들먹였지요. 가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가봤으면 하는 남쪽의 어느 바다를 주워섬기는 듯했습니다.
근데 아내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괜히 좀 미안해졌습니다. 가봤으면 하는 그곳 여행을 못 시켜주는 내가 딱했습니다. 그 며칠 뒤 나는 마음을 먹고 아내를 불렀지요.
“말 나온 김에 우리 통영 바다 보고 오자. 케이티엑스타고.”
그쪽으로 아주 모든 결론을 낸 것처럼 나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통영은 무슨.” 아내는 그냥 해 본 말이라며 물러섰습니다.
요 며칠 사이, 창밖으로 내리는 햇빛에 봄이 묻어있습니다. 바깥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고 해도 봄빛은 봄빛입니다. 마음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거실문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당신, 해외여행 하고 싶은 나라 없어?” 컴퓨터 앞에 눌러앉은 아내가 불쑥 그걸 물었지요. 나는 지난번 아내가 내게 했듯이 “해외여행은 또 무슨 해외여행!” 하고 웃어넘겼지요.
“베트남 다낭 어때? 당신 안 가봤잖아.” 아내가 물었습니다. “미얀마도 미개척지라 괜찮다던데.” 그러더니 “윈난성의 다리 고성은? 영화 ‘호우시절’에 나오던 두보초당도 볼만하다는데.” 그러더니 또 인도의 뭄바이와 인도 남부의 고아를 들먹입니다.
“아, 스페인이다!”
한참 만에 아내는 결단을 내린 듯 스페인을 외쳤습니다. 거기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톨레도 세비야 그라나다를 열거합니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군침이 도는, 정말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들입니다. 안 가면 혼자라도 가겠다는 아내의 말은 단호했지요. 비용이 많이 들 텐데, 하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속으론 말로만 한번 해보는 여행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아내는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습니다. 스페인까지 14시간이나 걸린다며 나이 더 먹기 전에 가야 한다느니, 피카소 미술관 달리 미술관을 자꾸 들먹입니다. 뭔 일이 나도 날 것 같습니다. 괜히 시작해놓은 봄 여행이 이렇게 번질 줄은 정말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