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요란하게 경적이라도 울릴까요

요란하게 경적이라도 울릴까요

by 한희철 목사 2017.02.15

가까이 지내는 사람 중에 상품을 개발하는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지요. 머릿속 생각을 구체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지 싶습니다. 덕분에 이따금씩 엉뚱한 생각이 날 때면 나도 그분께 이야기를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지요.
언젠가 한 번은 ‘작은 종’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종’을 생각하고는 마음이 설레 ‘뿌띠 혼’(petit horn)이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경적 옆에 작은 경적을 하나 더 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동네 길을 운전하다 보면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앞서 달리거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불안하게 걸어가시거나, 아기 어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흔하게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쉽게 앞설 수가 없습니다.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대개는 속도를 줄여 천천히 따라가거나 시간이 없어 앞서야 할 경우엔 경적을 울려 뒤에 차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경적을 울리면 앞서가던 분들이 깜짝 놀랄 터, 마음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럴 때 쓸 ‘작은 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삐약삐약”이든 “까꿍”이든 작고 귀여운 소리를 내어 뒤를 돌아보게 할 수 있는 경적을 울리면, 앞서가던 사람들이 놀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얼마든지 웃으며 길을 비킬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서로 좋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자동차를 운전한 지는 30여 년이 되었지만, 운전 중 몸에 밴 습관 중의 하나는 여간해선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다간 경적이 고장 나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웬만해서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운전을 합니다. 겨울인 요즘은 모자를 쓰고 있거나 이어폰을 꽂은 사람들이 많아 경적을 울리지 않는 일이 쉽지 않게 느껴지지만 말이지요.
함부로 경적을 울리지 않은 것이 보행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며 운전을 하지만, 요즘은 다른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경적을 울려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요란하게 울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차를 정말로 엉뚱한 곳에 세워놓은 경우들을 봅니다.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좁은 길 한복판에 차를 세워 다른 차들이 서로 엉기게 만들기도 하고, 골목길 코너에 세워 회전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앞에서 오는 차를 볼 수 조차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동안 살았던 독일에서는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신속한 벌금부과와 견인 때문입니다. 어김없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적입니다. 운전 중 누군가 상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경적이 쏟아집니다. 그야말로 벌이 떼로 공격하는 듯한, 벌침 같은 경적입니다. 창피해서라도 경우에 어긋난 일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떨까요, 우리에게도 요란한 경적이 필요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