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에밀레보다 푸른 사랑

에밀레보다 푸른 사랑

by 김민정 박사 2017.02.13

우주를 다 주어도 바꾸지 않을 사랑
펄펄 끓는 용광로 속, 뼈도 혼도 다 녹여서
에밀레 애절한 울림으로 태어나고 싶어라

밀물 같은 그리움 가득하게 차오르면
동백보다 붉은 울음 그렁그렁 쏟으면서
사뿐히 승천하리라 청아하게 울리리라

깊고 맑은 종소리 온 세상에 퍼져가듯
그대 안에 융합하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
천지에 빛나는 기쁨 영롱하게 울리리라

천 년을 내리게 될 꽃비 같은 그리움과
천 년을 살아 숨 쉴 불꽃 같은 그대 사랑
에밀레 푸른 목숨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 졸시, 「에밀레보다 푸른 사랑」 전문

요즘 방학을 하여 그동안 쌓인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못 보았던 안방극장 TV의 지나간 연속극을 거야말로 속성 연속으로 보았다. 계획하여 본 것은 아니었는데, 한 회를 보다 보니 다음 회가 궁금해져서, 끝까지 보게 된 것이다.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 등. 길어야 2~3시간인 영화 한 편이 아닌, 무지하게 긴 영화를 몇 편 본 느낌이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별에서 온 그대'를 신나게 보았었다. 모두가 세간에서 좋아했던 인기 있던 연속극이고, 모두 하나같이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이다. 몇 년씩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결국 다시 만난다는 그런 이야기… 한꺼번에 몰아서 보다 보니 그 연속극들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니 비슷한 점들이 참 많았다.
한결같이 남자 주인공들은 왕이나 세자, 돈 많고 능력이 남다르게 뛰어난 사람들이라 권력도, 능력도, 돈도, 시간도, 인물도 모두 가진 남자들이다. 그리고 여자가 원하거나 위험하면 언제든 모든 일 제치고 그녀들 앞에 당장 나타나 주고, 언제나 여자주인공만 생각하며 그녀를 기쁘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남자주인공…. 그래서 항상 사랑이 모든 것의 우선순위로 받아들여지는 남자, 또 오직 한 여자만 순정으로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인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평범한 여성들이 갈망하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자주인공은 발랄하고 예쁘고 지혜롭고 현명한 여인들…. 모든 여성들이 선망하는 남자주인공, 그리고 자신이 되고 싶은 예쁘고 현명한 여인들이 등장하니 여성 시청률이 높아질 수밖에…. 앞의 연속극에서 인기 있었던 내용, 장면, 행동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연속극도 벤치마킹 시대이다.
또한, 그 내용은 하나같이 현실성은 배제된 이야기이다. 그런 연속극 속에서는 취직을 걱정하고 결혼을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의 고뇌는 찾아볼 수 없다. 아니 현실이 실망스럽고, 어려울수록 이런 꾸며낸 허황된 이야기가 사람들의 위로가 되나 보다. 허황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신데렐라의 구두를 꿈꾸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허황된 픽션 속으로 빠져들어 현실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성 전혀 없는 픽션일지라도 그 이야기들의 핵심인 젊은 남녀의 변함없는 사랑은 아름답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해가는 진정한 사랑이야말로 인생을 인생답게,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