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학춤

학춤

by 김민정 박사 2017.01.31

정월 아침
서설(瑞雪)이다
설레는 저, 날갯짓

한겨울
푸른 솔에
날을 듯이 앉았다가

회오리
부는 쪽으로
몸을 트는 저, 날갯짓
- 김민정, 「학춤」 전문

전국적으로 눈이 내려 서울에도 눈이 아직 다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정초에 눈이 오면 우리는 서설(瑞雪)이라며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고 좋아한다. 좋은 일이 있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말인 것 같다. 설날 아침에 눈이 쌓인 소나무 위에 까치가 앉아 반갑게 짖는 모습도 연하장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정겨운 우리의 설 풍경 중의 하나이다. 그러한 모든 것들은 음력설을 맞으면서 지난 한 해에 힘들고 지쳐있는 마음에 새 희망을 주는, 기쁜 일들이 많은 한 해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리라.
정월 아침에 내린 상서로운 눈을 바라보면서 눈발이 보여주는 “설레는 저, 날갯짓”을 우리나라 전통 무용인 “학춤(鶴舞)”에 비유해 보았다. 한겨울 푸른 솔에 앉아 있다가 바람이 불면 “몸을 트는 저, 날갯짓”처럼 흩날리고 있는 눈발의 풍경을 그리며, 푸른빛과 흰빛의 대조적 공존을 시각적 심상으로 산뜻하게 표현해 보았다.
학은 예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십장생의 하나가 아닌가? 순수한 우리말로는 두루미라고도 한다. 몸통의 흰색과 꼬리와 목 부분의 검은색, 그리고 머리 부분의 붉은색의 조화가 절묘하고 수명이 굉장히 길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학(鶴)이라고 부르면서 사람들이 좋아했다. 두루미라는 이름은 “뚜루루루~뚜루루루~”라고 우는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머리 정수리 부분이 붉은색이며, 이 때문에 붉은 정수리의 학이라는 뜻의 ‘단정학(丹頂鶴)’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부분은 붉은 털로 덮여 있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하며, 기분에 따라 그 면적과 색깔이 변하는데 화가 나면 그 부분이 더 붉어진다고 한다.
겨울 철새로 평소에는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방과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 동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부터 나타나서 월동한다. 잡식성으로 먹을 수 있는 종류의 먹이는 따로 가리지 않고 먹는다.
몸길이는 136~140cm 정도이고 날개를 폈을 때 길이가 240cm 정도이며 특유의 긴 목과 다리, 큰 날개 때문에 더 커 보인다. 천적이 거의 없으나 인간들에게는 쏘기 쉬운 표적이 되어 그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수천 마리의 두루미떼가 우리나라에 찾아왔으나 현재는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 경기도 연천군과 철원군 비무장지대, 강화군 부근의 해안에 120~150마리 정도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고 하며, 천연기념물 제202호(1968년 5월 30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수명은 자연상태에서는 30~50년이라고 하며, 지능도 상당히 높아 두루미의 음성언어는 원숭이의 2배인 60가지라고 한다.
학은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좋아하는 새다. 그래서 특히 문인 정치가들의 옷에는 학이 수놓아져 있었다. 새의 일종인 닭의 해인 정유년, 올해는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학처럼 정치가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깨끗하고 고상하고 아름답고 장수하는 좋은 일만 많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