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따뜻한 배려

따뜻한 배려

by 한희철 목사 2017.01.25

눈이 내리면 많은 이들의 마음이 아이로 돌아가지만, 생활 속에서는 적잖은 불편을 겪게 됩니다. 보폭을 좁혀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도 한순간 미끄러져 넘어지면 크게 다치게 되고, 도로에서는 아무리 거북이걸음처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한다고 해도 자동차끼리 부딪치는 크고 작은 사고를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지나간다 했더니 ‘대한’을 두고서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내린 눈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또다시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고요. 눈이 내리면 거리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제설차입니다. 그래도 제설차가 나서야 길이 뚫려 차량들이 소통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제설차에서 뿌리는 것을 소금이라고 하지만 소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염화칼슘일 것입니다. 염화칼슘은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흡수해서 스스로 녹는 특징이 있습니다. 염화칼슘 1g이 주변의 물 14g을 흡수한다니 자신의 무게보다 무려 14배 이상의 수분을 흡수하는 셈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염화칼슘이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여 녹을 때는 열이 발생합니다. 눈 위에 뿌리면 습기를 빨아들여 눈을 녹이고, 그러는 동안 열이 발생하여 다시 눈을 녹이니 눈을 제거하는 데는 제격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녹은 눈이 다시 잘 얼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니 그만한 효능도 드물다 싶습니다.
하지만 염화칼슘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단점은 부식입니다. 눈만 잘 녹이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자동차도 잘 녹여서 문제입니다. 도로에 구멍이 생기는 포트홀을 만들기도 하고, 다리와 같은 철근 구조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환경오염도 문제입니다. 염화칼슘이 가로수 쪽으로 튀어 토양에 섞이면 결국 염화칼슘이 땅속 수분까지 빨아들여 나무와 식물들이 말라 죽습니다. 미생물의 활동을 저해하기도 하고, 조류의 죽음과도 무관하지를 않습니다. 도로 밑에 열선을 깔면 어떨까, 높은 곳에서 더운물을 꾸준히 흘려보내면 눈이 쌓이기 전에 녹지 않을까, 낭만적인 궁리를 해보지만 문제는 기술보다도 비용이겠지요.
며칠 전이었습니다.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친구에게 고국 소식을 알릴 겸 눈 내린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답장 삼아 사진을 보내왔는데 이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눈 때문에 시내가 거의 마비가 되어 꼼짝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눈이 많이 왔으니 그렇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내가 마비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눈을 녹인다며 염화칼슘을 뿌리면 그것이 녹아 강과 바다로 흘러가게 되고, 그러면 연어를 비롯한 생명들이 죽게 되어 그곳에서는 법으로 염화칼슘을 뿌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어를 살리기 위해 얼마든지 불편을 참는, 그것이 진정한 공존 아닐까, 그런 배려가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