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

by 강판권 교수 2017.01.23

사람마다 새해를 맞는 자세는 다르지만 자세의 여하에 따라 한 해의 결과가 달라진다. 나는 새해를 맞으면서 한자 ‘신(新)’을 생각한다. ‘신’은 사람이 ‘나무 위에 올라 도끼로 가지를 자른다’는 뜻이다. 도끼로 가지를 자르면 새 가지가 나온다. 다시 말해 묵은 가지를 잘라 내면 새 가지가 나오는 것이 곧 새롭다는 뜻이다. 나는 이러한 모습을 어린 시절 땔감을 하면서 경험했다. 특히 콩과의 아까시나무의 경우 줄기를 잘라도 이듬해에 잘린 부분에서 다시 힘차게 줄기가 돋아난다. 장미과의 매실나무도 해마다 가지를 잘라야만 열매를 많이 수확할 수 있다. 나는 중국의 유교 경전인 『대학』에 나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도 나무와 관련해서 이해하길 좋아한다. 나무가 위대한 것은 ‘매일 매일 새롭다’ 것을 실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소망에는 작년과 다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해의 소망을 잊어버리고 작년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자신의 태도에 절망하면서도 좀처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습관을 갖고 있다. 습관은 행동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지력도 습관이다. 습관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습관인가가 중요하다. 인간의 행동은 습관의 축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무가 매일 매일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도 습관이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꽃과 열매를 맺는 과정이 성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가 살아가는 태도를 보기보다는 꽃과 열매에 주목하길 좋아한다.
사람들의 소망은 자세를 바꿀 때 이루어진다. 자세를 바꾸지 않고서는 아무리 새해마다 소망을 빌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새해를 전라남도 진도에서 맞았다. 그러나 새해라고 해서 특별히 소망을 빌지 않았다. 가족의 건강은 새해가 아니더라도 늘 소망하는 것이고,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각도 예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소망은 성실한 운동이다. 나는 아직 운동을 습관처럼 하지 않는다. 새해마다 성실한 운동을 소망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내가 운동을 미루는 이유는 늘 처리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먼저다. 나는 습관적으로 운동을 미루면 결국 건강을 잃어 일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문제는 실천이라는 것도 잘 안다.
나무는 비바람을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는 비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비바람을 피하지만 비바람을 피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나는 새해 나무처럼 비바람을 안고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싶다. 우리 사회도 지금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다. 국민 모두가 비바람을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는 것도 나의 소망 중 하나다. 더욱이 칼바람이 부는 날에도 잎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