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사랑 그리고 기다림

사랑 그리고 기다림

by 정운 스님 2017.01.17

고대에 한 젊은 제자가 지혜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성자를 찾아다녔다. 그러기를 몇 해, 마침내 유명한 성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성자를 찾아갔다. 얼마 안 있어 이 사람은 성자의 제자가 되어 오랜 시간을 성자 곁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르고 몇 달이 지나도 스승은 제자에게 한 마디 가르침조차 주지 않았다. 어느 날 이 제자는 가르침을 주지 않으면 당장 떠나겠다는 자세로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저는 수년간 진리를 찾아 헤매다 겨우 스승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왜 스승님께서 제게 한 마디 가르침 하나 주지 않으십니까?”
스승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다가 제자에게 질문했다.
“저기 벽돌 뒤에 많은 금괴가 들어 있다고 가정해보아라. 그 금괴를 꺼내려고 하는데 벽돌이라는 큰 장벽에 막혀있으니, 어떻게 하면 꺼낼 수 있겠느냐?”
제자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망치로 벽돌을 몇 번 쳐서 금괴를 꺼내면 됩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러면 하나 더 물어보자. 여기 닭의 알이 있다. 이 알에서 생명이 탄생하는데, 어떻게 해야 생명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제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닭이 알을 가슴에 꼭 품어 따뜻하게 해주고, 말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그래 자네 말이 맞다. 알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도록 하려면, 닭이 알을 품어주고 사랑해주어야 그 안에서 생명이 자라 어느 시기가 되면 스스로 껍데기를 깨고 나오게 된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망치로 깨뜨리는 법만 생각한다. 당연히 순간에 망치로 깰 수 있지만, 망치로 깨뜨려서가 아니라 사랑으로 품어주고 기다려 주어야 새 생명이 탄생하는 법이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읽은 글을 상기해 나름대로 창작해 보았다. 예전 사찰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었고, 현재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늘 고민하던 차원인지라 나름대로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제자를 지도하고 훈육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문제이다.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저 제자[자식]를 사람으로 만들까?’를 화두로 삼을 것이다. 물론 교육에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 가지 차원이 있지만, 앞의 교훈이 피부로 와 닿는 교육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유교식 교육관에 익숙한 우리는 벽돌로 쳐서 금괴를 구하는 방법을 더 많이 염두에 둔다. 그 반대로인 사랑하고 기다려주는 덕목이 부족한 편이다. 필자도 닭이 알을 품듯 가슴으로 사랑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닌 망치로 한 번에 치려는 강압이 더 많음을 고백한다. 스승의 역할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어느 누구나 ‘부모’, ‘스승’의 위치에 오른다. 스승이라는 멍에에 필요충분의 조건[덕목]을 갖추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사랑으로 품어주고 기다리는 덕목’이 있다면, 곧 긍정과 희망이라는 보답으로 되돌아올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