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사랑하면 알되 되고 알면 보이나니

사랑하면 알되 되고 알면 보이나니

by 한희철 목사 2017.01.11

다른 일정이 없어 마음 편하던 날 오후, 일부러 길을 나섰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며 몇 번인가 마음에 두었던 곳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천 시내를 나가다 보면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 길가 옆에 한 가게가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나무로 조각한 조각품들이 솟대처럼 세워져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마침 주인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가며 늘 궁금했던 곳이라 찾아왔노라 인사를 하자 수수한 차림의 주인도 편하게 맞아주며 차 한 잔을 권했습니다. 덕분에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주인은 나무 공예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나무로 조각을 하고, 필요한 경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나무 조각을 가르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둘러보니 가게 가득 눈에 띄는 것이 부엉이,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부엉이라는 것을 대번 알 수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좋아하기도 했고, 이제는 점점 사라져 보기가 어려워진 새여서 더욱 애착이 간다고 했습니다. 사라지는 것, 그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주인의 마음이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아이들과 다시 한번 찾아오겠다 약속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가게 주변에는 화원들이 어깨동무를 하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곳, 다육이를 재배하는 화원이 있어 들어갔습니다.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한두 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어서였지요.
언젠지 모르게 다육이를 키우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열악함을 넘어 극한적인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생존을 한다는 다육이의 특성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다육이를 키우며 내게 주어진 어려움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겠다 싶습니다.
주인 한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화원 안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낯선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어서 생김새도 특이했습니다. 어떤 식물은 저게 식물일까 싶을 만큼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육이에 대해 잘 알지를 못하는 내게 주인은 친절하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재주가 없어 죽일 때가 많고 그러면 속이 상해 그만 키워야지 생각하게 된다고 고민을 말하자, 대개의 경우는 식물에 물을 안 주어서가 아니라 너무 주어서 죽는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인의 말을 듣고는 그러면 물은 언제 주면 되느냐 물었더니 주인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식물을 보살피다 보면 물을 달라고 소리를 칠 때가 있는데, 그때 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식물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고, 그 말은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옛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