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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때’가 있는 법

인생에는 ‘때’가 있는 법

by 정운 스님 2017.01.10

아주 오랜 옛날, 인도에서는 손님이 오면 젖소에서 우유를 바로 짜서 대접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대가족을 거느린 가장이었다. 어느 날, 이 집에 손님이 방문한다는 전갈이 왔다. 마침 이 가장은 어떻게 하면, 손님에게 좋은 음식과 우유를 대접할까 고민을 하다가 기묘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리 집 식구들이 젖소로부터 매일 우유를 짜서 먹고 있다. 그 손님이 올 날짜가 며칠 남았는데, 미리 우유를 짜두면 우유가 상할 것이다. 우리 집 식구들도 우유를 며칠간 짜먹지 않고, 젖소의 배속에 그대로 두면 그 손님이 왔을 때 더 맛있는 우유를 짤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암소와 송아지를 떼어서 다른 곳에 묶어두었다. 이윽고 며칠 후에 손님이 찾아왔다. 주인은 젖소를 끌고 와 우유를 짜려고 시도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젖소의 젖이 말라버려 우유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주인은 손님에게 대접도 제대로 못 하고, 망신만 당하는 꼴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인도에서 나온 우화로서 종교인의 베풂을 염두에 둔 이야기다. 근자는 종교와 무관하게 연말이나 연초, 혹은 사후에 빈자에게 베푸는 기부[불교적으로는 보시(布施)] 문화가 보편화되었다. 미국의 부자들은 1년 동안 누가 더 많이 기부했는지를 기사화할 정도이다. 앞의 이야기에 빗대어 말한다면, ‘나는 지금은 어려우니, 돈을 많이 벌면 나중에 베풀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그때그때 베풀고 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필자는 저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법이고, 그때를 잘 활용해 지혜로운 삶을 전개하라는 뜻으로 확대해 생각해본다.
탈무드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정확한 문구는 아님]. ‘순례를 떠나려면, 바로 지금 떠나라. 아이가 태어난 뒤에 떠나려면 못 떠난다. 아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또 아이가 조금 성장하면 떠나야지 하지만, 그때는 또 그때 나름대로 일이 생겨 못 떠난다. 아이의 결혼식을 치러주고 홀가분할 때 떠나려면 그때도 떠나지 못한다. 손주를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곧 여행이든 순례이든 떠나려는 마음이 있을 때, 떠나야 하는 법이다. 종종 사찰에서 설법을 할 때도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인연이 닿으면 많은 여행을 하라고... 이렇게 여행처럼 인생 모든 전반에 이런 이치가 깔려 있다.
행복이라는 것도 ‘지금 행복해야지’라고 스스로 각인시키고 행복을 각인하는 그 순간이 바로 인생의 행복인 것이다. 바로 과정과 목표가 하나가 된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고생하고 내일 행복해야지 하면, 그 행복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바로 지금 삶 속에서 행복을 자각하는 그 순간이 행복인 것이다. 오늘 짠 젖소에게서 내일 또 우유를 짤 수 있듯이 오늘의 행복으로 만족하면, 내일은 내일 나름대로 또 다른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곧 현재의 삶에 만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