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얼마든지 우리 곁으로 돌아올 메아리

얼마든지 우리 곁으로 돌아올 메아리

by 한희철 목사 2017.01.04

우리 삶 속에서 언젠지 모르게 사라진 것 중의 하나가 메아리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괜히 마음 답답하거나 울적할 때면 뒷동산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하늘을 향해, 어쩌면 알 수 없는 꿈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먼 곳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 그 마음 내 알지, 힘을 내렴, 마음을 위로하듯 들려왔던 메아리가 유년의 시절에는 있었습니다. 메아리가 살아있던, 메아리와 함께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메아리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느새 마을마다 동산이 사라지고 동산을 지운 곳에 들어선 것은 아파트 단지, 언제 그런 줄도 모르고 마음은 점점 시멘트처럼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칼날 바람이 지나는 아파트 단지 사이로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들려온 이야기는 귀한 메아리처럼 다가왔습니다. 나이로비 거리에 사는 집 없는 소년 중에 존 쑤오가 있습니다. 그는 매일 구걸해서 간신히 먹고 사는 가난한 신세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었습니다.
여느 날 여느 때처럼 돈을 구걸하기 위해 주차된 차로 다가간 존은 차에 타고 있는 글래디스 카만데라는 여성을 보았습니다. 습관처럼 차 안으로 손을 뻗은 존은 글래디스의 모습을 보고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글래디스는 휴대용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힘겹게 호흡을 하고 있었습니다. 존은 눈물을 흘리며 왜 그걸 끼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사고로 폐가 망가져서 호흡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그럴 만한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존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이 아파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존은 이 분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를 한 뒤 자신의 주머니에 꼬깃꼬깃 모아둔 돈을 꺼내 글래디스에게 건넸습니다. 구걸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돈이었지만 자신보다도 글래디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래디스는 고맙지만 받을 수 없다며 웃음으로 거절을 했습니다.
그들의 사연은 그 모습을 눈여겨보며 감동한 한 시민이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주변에 알려졌습니다. 사연은 빠르게 확산되며 많은 사람들이 글래디스 돕기에 동참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약 2억 원의 기금이 모였고, 글래디스는 인도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건강을 되찾은 글래디스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동의 메아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글래디스는 존을 찾아 입양했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시 만난 존과 글래디스는 현재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행복한 메아리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메아리가 사라진 것은 동산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울릴 감동 어린 삶을 회복한다면, 얼마든지 메아리는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