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산속에 도깨비가 살았지요
옛날, 어느 산속에 도깨비가 살았지요
by 권영상 작가 2016.12.29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부자가 살았지요. 부자는 도깨비가 부엉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깊은 밤, 부엉이 고기를 숨겨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산속 으슥한 곳에 이르러 부엉이고기 냄새를 풍기자, 정말이지 이 숲 저 숲에서 도깨비들이 모여들었지요.
“자, 똑같이 나누어 주마!”
부자는 똑같은 크기로 고기를 잘라 도깨비들에게 나누어주었지요. 공평한 것을 좋아하는 도깨비들이라 불평 없이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러나 부자는 겉으로는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척하면서도 몰래 어느 한 녀석에게만 고기 한 점을 더 주었지요.
“자, 이제 끝이다. 다들 돌아가려무나.”
탈탈 터는 손을 확인하자, 도깨비들은 모두 제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러나 돌아가지 않고 남아 부자의 환심을 사려는 도깨비가 있었지요. 좀 전에 한 점 더 얻어먹은, 그러니까 부자의 호의를 입은 녀석이지요. 도깨비는 또 한 번의 그 짜릿한 호의를 입고 싶었던 거지요.
부자는 숨겨둔 고기 한 점을 더 주며 몰래 그의 이마에 빨간 점을 찍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도깨비는 금세 동료들에게 그 점을 들키고 맙니다. 그건 세상에 오염된, 사람 냄새가 나는, 공평이 아닌 불공평의 표식이었던 거지요. 화가 난 도깨비들은 끝내 그를 쫓아냈고, 그는 다시 부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살려주시는 셈 치고 자신의 이마에 찍힌 붉은 점을 지워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내가 그 점을 지워준다면 너는 내게 무얼 주겠느냐?”
도깨비는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부자는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에게 고기 한 점을 더 주었던 거지요.
나는 이쯤에서 읽고 있던 도깨비 이야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마치 요즘의 우리 정치 상황과 사정이 너무 비슷해 좀 우울했거든요. 남의 능력을 빼앗기 위해 몰래 고기 한 점을 더 주는 환심과 그걸 호의로 알고 힘 있는 자 앞에서 비굴해지는 도깨비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도깨비 이야기라고 한낱 옛날이야기로 치부할 일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도깨비는 우리나라에만 구전되어 내려오는 독특한 이야기지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 속 도깨비는 우리 민족이 만든 우리의 얼굴이며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는 타인을 배려하는 척, 선한 척하는 내 마음속에 그처럼 비굴하고, 그처럼 교활한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우울하게 합니다.
누군가가 내게 고기 한 점 더 주며 환심을 사려 할 때, 나는 어떤 비굴한 모습을 그에게 보였을지, 그의 호의를 배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를 위해 나를 속이지는 않았는지. 그를 위해 ‘뼈가 부서지도록’ 몸을 바치지는 않았는지. 아니, 나는 또 그 누군가의 재주와 힘을 가로채기 위해 그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선의라는 이름의 ‘호의’를 베풀려 하지는 않았는지……. 올겨울 우리네 정치는 흠 많은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하네요.
“자, 똑같이 나누어 주마!”
부자는 똑같은 크기로 고기를 잘라 도깨비들에게 나누어주었지요. 공평한 것을 좋아하는 도깨비들이라 불평 없이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러나 부자는 겉으로는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척하면서도 몰래 어느 한 녀석에게만 고기 한 점을 더 주었지요.
“자, 이제 끝이다. 다들 돌아가려무나.”
탈탈 터는 손을 확인하자, 도깨비들은 모두 제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러나 돌아가지 않고 남아 부자의 환심을 사려는 도깨비가 있었지요. 좀 전에 한 점 더 얻어먹은, 그러니까 부자의 호의를 입은 녀석이지요. 도깨비는 또 한 번의 그 짜릿한 호의를 입고 싶었던 거지요.
부자는 숨겨둔 고기 한 점을 더 주며 몰래 그의 이마에 빨간 점을 찍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도깨비는 금세 동료들에게 그 점을 들키고 맙니다. 그건 세상에 오염된, 사람 냄새가 나는, 공평이 아닌 불공평의 표식이었던 거지요. 화가 난 도깨비들은 끝내 그를 쫓아냈고, 그는 다시 부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살려주시는 셈 치고 자신의 이마에 찍힌 붉은 점을 지워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내가 그 점을 지워준다면 너는 내게 무얼 주겠느냐?”
도깨비는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부자는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에게 고기 한 점을 더 주었던 거지요.
나는 이쯤에서 읽고 있던 도깨비 이야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마치 요즘의 우리 정치 상황과 사정이 너무 비슷해 좀 우울했거든요. 남의 능력을 빼앗기 위해 몰래 고기 한 점을 더 주는 환심과 그걸 호의로 알고 힘 있는 자 앞에서 비굴해지는 도깨비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도깨비 이야기라고 한낱 옛날이야기로 치부할 일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도깨비는 우리나라에만 구전되어 내려오는 독특한 이야기지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 속 도깨비는 우리 민족이 만든 우리의 얼굴이며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는 타인을 배려하는 척, 선한 척하는 내 마음속에 그처럼 비굴하고, 그처럼 교활한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우울하게 합니다.
누군가가 내게 고기 한 점 더 주며 환심을 사려 할 때, 나는 어떤 비굴한 모습을 그에게 보였을지, 그의 호의를 배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를 위해 나를 속이지는 않았는지. 그를 위해 ‘뼈가 부서지도록’ 몸을 바치지는 않았는지. 아니, 나는 또 그 누군가의 재주와 힘을 가로채기 위해 그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선의라는 이름의 ‘호의’를 베풀려 하지는 않았는지……. 올겨울 우리네 정치는 흠 많은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하네요.